한중일 공무원 삼국지(三國志)

`대일 누적무역적자 2,000억달러 초과`, `중국과 기술격차 축소…`. 요즘 경제뉴스의 단골 메뉴다. 세계경제의 중요 축으로 부상하는 동북아 지역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상은 어중간하다. 중국과의 격차는 나날이 좁혀져 가고 일본과 장사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것 같다. 도대체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고민해보지만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일 무역역조니 중국의 급성장 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 10월24일자 1면의 `공장 해외이전 5년간 4,219곳`이라는 머릿기사에는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 제조업 해외이전과 공동화가 심각하다는 논의는 많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사가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 ▲뜯어낸 산업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게 수출 통계로 잡히는 경우도 있으며 ▲수출 증대가 부메랑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 현안 문제에 관한 통계가 이제서야 밝혀질 정도로 기초 통계관리가 허술하다는 점도 적시했다. 기사를 작성할 때 목적을 까는 것은 금기지만 서울경제 취재기자들은 이 기사가 보다 정교한 대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랬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산업과 무역관계를 다룬 이 기사의 속편은 `한중일 공무원 삼국지`로 이어진다. 기사가 나간 뒤 가장 먼저 전화가 걸려 온 곳은 일본 대사관. 그들은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원했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자료는 내줄 수 없다”며 거부했지만 `역시 발 빠른 일본인`이라는 뒷맛이 남았다. 시간이 좀 더 지난 후 외교라인은 아니었지만 중국 측에서도 `중국과 관련된 자료가 더 있느냐`는 연락이 왔다. `중국도 더 이상의 만만디(慢慢地ㆍ일을 여유 있고 느리게 처리한다는 뜻)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뭘 했을까. 가장 먼저 움직였다고 한다. `어떤 경로로 이런 기사가 나갔는지, 발설자가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고 오보(誤報) 여부를 판단해 국정홍보처에 보고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공무원들은 2003년을 이렇게 지내고 있다. <권홍우 경제부 차장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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