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욕심 부리지 말고 주어진대로 살아라"

■ 장자(莊子) / 장자 지음, 연암서가 펴냄
無爲自然 강조… 이성의 불완전성 지적
"의식·행동의 제약으로 부터 자유로워야"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하며 중국의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장자(본명 莊周).


동양의 고전 장자(莊子) 완역본이다. 1983년 국내 최초로 장자를 완역한 중문학자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글세대를 위해 한자 표현을 한글로 쉽게 풀어 설명했다. 장자(본명 莊周)는 태어나고 죽은 정확한 해도 정확이 알려져 있지 않다. 2,300여년전 전국시대 때 송(宋)나라 몽읍(현재 허난성)에서 태어나 맹자(孟子)와 비슷한 시대에 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관리로 일하다 그만둔 뒤 평생 벼슬길에 들지 않았다. 초(楚)나라 위왕이 재상으로 쓰려했으나 사양했다. 장자는 노자와 마찬가지로 도(道)를 천지 만물의 근본원리로 삼고 어떤 대상에 욕심을 내거나 어떤 일을 이루려 하지 않으며(無爲), 자기에게 주어진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自然)고 주장하며 도가(道家)를 이룩했다. 장자의 현실을 초탈하는 사상은 중국 문화와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역자는 서문에 "유교의 예교 사상이 지배해온 중국에서 언제나 본연의 위치에서 자유를 추구해온 장자의 사상은 중국 문화에 끊임없이 생기를 불어넣어줬다"고 썼다. 장자 52편 가운데 33편이 전해진다. 장자 사상은 사람들의 이성은 불완전하고 판단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절대적인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그처럼 상대적인 판단에서 얻어진 불안정한 가치를 평생 추구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성이나 감정 혹은 욕망을 초월해 아무런 의식적인 행동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지내야만 한다는 무위자연(無爲自然) 이론이 나왔다. 행복과 불행,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좋은 것과 나쁜 것 등은 모두 절대적인 판단일 수가 없으며 그런 것들은 모두 실제로는 같은 가치라는 것이다. 장자는 상대적인 가치 기준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기대는 곳이 없는 '무대(無待)'의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기대는 곳이 없는 경지란 사람이 행동하고 의식하는 데 제약과 장애가 되는 모든 요소를 없애버린 완전히 자유로운 경지를 뜻한다. 장자는 '무위 자연'을 통해 모든 의식이나 행동상의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사람을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봤다. "장자가 노자를 이어받아 도가를 발전시켰다고 하지만 노자보다도 그의 사상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라는 게 역자의 해석이다. 노자가 무(無) 개념을 얘기했지만 장자는 '무'조차 없었던 단계까지 생각하는 등 더욱 철저하게 삶과 죽음을 초월한 무아의 경지를 추구했다는 것이 역자의 설명이다. 이밖에도'장자에게 배우는 행복한 인생의 조건', '장자 닭이 되어 때를 알려라''장자 상상에 노닐다'(아동용) 등 장자철학을 새롭게 조명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서점가는 자유를 꿈꾼 장자가 현대인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므로 자연과 화해하고 공존하겠다는 겸손한 마음, 문화에는 차이가 있을 뿐 결코 우열은 없다는 겸허한 마음 등을 배움으로써'웰빙 지침서'로 활용할만하다는 조언도 있다.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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