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聖順 서울송파구청장)
인조임금이 청나라 군사들에게 쫓겨 남한산성 밑에 이르러 수행하던 신하들까지 흩어지고 사태가 다급했을 때 한 청년이 나타나 임금을 등에 업고 산꼭대기로 피신했다는 기록이 있다.
몇해 전 관내에 살고 있는 대학교수 등 역사학자 몇분에게 그 청년의 이름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하여 고생 끝에 「서흔남」이라는 이름을 밝혀냈다.
등산객들이 많이 모이는 마천동 버스종점 부근에 그의 동상을 세워 오가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
마침 버스회사에서도 쾌히 장소를 제공하였고 이달 중 전설 같던 역사 속의 한 인물이 많은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작은 명소들이 있다. 또 명소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들 명소는 관광이나 교육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땅과 사람에게 애정을 갖게하고 도시를 의미있게 만든다.
예컨대 이순신 장군이 충무로 명보극장 인근에서 태어나 여섯살 때까지 살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지금의 극동빌딩 자리가 옛 주자소 자리라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이순신 장군의 생가를 다시 만들고 빌딩 주차장 한 귀퉁이에 주자소를 복원한다면 얼마나 훌륭한 명소가 되겠는가.
홍난파의 생가를 다시 꾸며 대문에 들어서면 늘 봉선화 노래가 흐른다면 얼마나 도시가 사랑스러울까.
마드리드 공원에 거대한 돈키호테 동상을 세워 젊은이들이 만나는 명소가 되었고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이 애인을 빼앗은 장교와 결투를 신청했다는 찻집에는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모르면 그만이지만 알면 의미가 담긴다. 그리고 명소가 된다.
이 삭막하고 거대한 도시에 작은 명소들을 찾아내고 만들어내야 한다.
도시에 숨결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도로는 단순히 통행만 할 뿐 아니라 만나고 머무르고 대화하고 싶어야 한다.
그래야 도시가 호흡하고 자란다. 이런 일들은 하나하나 보면 작은 일이지만 바로 그것이 도시인을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작은 명소들이 많이 모이면 도시 전체가 명소가 되고 관광자원도 된다.
정부보다는 자치단체별로 찾아내고 지역주민들이 정성을 쏟아야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머지않아 일본문화도 몰려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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