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휘호 경매서도 인기

지금까지 10점 출품돼 9점 낙찰
'민주구국의 길' 1,500만원에 팔려


'민주구국(民主救國)의 길' 2005년 2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 '민주구국(民主救國)의 길'은 1,500만원이라는 고가에 낙찰됐다. 이 글씨는 김 전 대통령이 1976년 3ㆍ1 민주구국선언으로 투옥된 뒤 정치활동을 재개하던 1980년 봄에 쓴 것으로 그의 파란만장한 정치적 역경을 대변하는 역사성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김 전 대통령의 휘호 중 최고 낙찰가 기록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동시에 스스로 문인이자 서예가로서 상당수의 휘호를 남겼다. 글씨 작품은 조형미 못지 않게 작가 정신이 중요한 요소인데 대통령 휘호의 경우 통치철학이 반영될수록 큰 사랑을 받는다. 경매 전문가들은 "김 전 대통령의 휘호는 출품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경매에서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 늘 인기있다"고 평했다. 평균 300만원 이상, 500만원 선에 거래되며 지금까지 총 10점이 출품돼 9점이 낙찰되는 등 90%의 높은 낙찰률을 갖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가 미술품 경매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 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였다. 1988년에 쓴 '응천순민'(應天順民: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고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뜻)은 280만원에 낙찰됐다. 2004년 6월 경매에 나온 '대교약졸'(大巧若拙)은 '매우 교묘한 것은 도리어 서툰 것 같이 졸렬하다'는 노자를 인용한 것으로 320만원에 팔렸다. 1988년 쓴 '행동하는 양심으로 조국 통일'은 지난 2006년 3월 K옥션 경매에 출품돼 410만원에 낙찰됐다. 2007년 3월 K옥션에 출품된 1980년작 '경천애인'(敬天愛人)은 310만원에 낙찰됐다. 김 전 대통령은 '경천애인'을 즐겨 적었는데 1998년 팝가수 마이클 잭슨에 선물한 휘호 역시 '경천애인'이었다. 이후에도 그의 휘호는 꾸준히 경매에 나와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지난 6월말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언로개색 흥망소계'(言路開塞 興亡所係ㆍ사진) 즉 '말 길이 열리고 막힘에 나라의 흥망이 달려있다'는 휘호가 추정가를 웃도는 450만원에 팔렸다. 한편 대통령 휘호 중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것으로 6,300만원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그 뒤를 이어 역대 대통령들 중 두 번째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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