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사르코지의 선거운동사무소 인근 콩코르드 광장에 모여 있던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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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변화’와 ‘성장’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들어섰다.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과 ‘복지의 대명사’ 스웨덴이 ‘분배’에서 ‘성장 우선’으로 방향을 바꾼 데 이어 ‘노동자의 천국’으로 불리던 프랑스도 경제 체질 개선과 성장을 선택했다. 프랑스 대선을 통해 유럽 정치의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짚어본다.
“더 일하고 더 벌자(travailler plus pour gagner plus).”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UMP) 후보가 좌파인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를 제치고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노동자 천국’을 ‘기업 천국’으로 바꾸기 위한 ‘국가개조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르코지의 당선은 2차 대전 후 정체된 프랑스 경제에 개혁과 성장이라는 두개의 강력한 엔진을 달아줬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미국식 자유시장경쟁체제의 도입이 만성적인 경기둔화에 시달려온 프랑스 경제를 회생시킬 것인지에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사르코지 당선자의 정책은 단순한 경제 육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의 정책은 그동안 프랑스의 모든 것을 바꿔 ‘새로운 프랑스’를 만드는 개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다. 프랑스 경제의 원천이 ‘기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실제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내 정책의 우선순위는 모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노동유연화정책, 특히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자’는 정책 목표는 기업환경 개선의 ‘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정 노동시간인 35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허용하고 감세정책을 추진한다는 게 그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살’이다. 눈여겨볼 것은 초과근무에 대한 부담이 기업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 많은 노동’을 이끄는 유인은 초과근무에 대한 면세로 이뤄진다. 기업에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실업률은 8%로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성장률 역시 2.1%에 그쳐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다. 관대한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사르코지 당선자는 과도한 복지 관용정책이 근로자들의 노동의욕을 감퇴시켰고 이것이 경기침체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기간 중 가졌던 TV 토론에서 “프랑스의 도덕성 위기는 바로 노동의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사회보장에서의 삶을 믿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똑같다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내가 믿는 것은 노력과 노력에 대한 대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재임기간 중 실업급여 축소 등 사회보장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영기업 민영화와 공공 서비스 비용 축소를 추진하며 대규모 공무원 감원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민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이미 공약을 통해 강력한 법 질서 확립과 불법 이민자 차단을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해외 노동인력에 대해 허가제를 도입, 우수 인력은 확보하고 단순 노동자는 유입을 통제하는 등 규제정책을 강화할 전망이다. 또 이를 위해 국가 정체성 및 이민 담당 각료직 신설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프랑스 곳곳에서 일고 있는 ‘반사르코지’ 시위는 발등에 불이다. 특히 지난 2005년 파리폭동의 진원지였던 이민자들은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50대 이민자는 “앞으로 프랑스는 억압적인 사회로 빠져들 것”이라며 “지독한 5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반발 역시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노동자 조직률은 8%에 불과하지만 철도를 포함한 교통 분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큰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이번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고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프랑스는 또다시 2005년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프랑스 노동자들은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파업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