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동반성장지수발표, '대기업 망신주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나라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동반성장위원회는 매년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지수를 산정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동반위는 11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19개사가 '최우수', 37개사가 '우수', 42개사가 '양호', 14개사가 '보통'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동반지수의 평가방식에 업종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대기업에만 유리해 대다수 기업들이 평가 참여를 부담스러워한다.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로서는 '동반성장에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회적 망신을 얻는 셈이다.

현행 동반성장지수 평가방식은 공정위가 매년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하는 공정거래 협약 이행실적에 대한 정량적 평가와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를 상대로 조사하는 중소기업 체감도 평가를 합산한 결과다.

특히 중소업체를 상대로 한 체감평가는 객관적인 수치를 담보하기 어려운 정성평가 방식으로 설문내용 자체가 일부 업종과 수출 대기업에 유리하게 구성돼 산업 간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

예를 들어 '귀사는 거래 대기업으로부터 해외 판로확대에 필요한 지원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해외 생산기지가 있거나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자동차 등의 협력업체들은 해당 대기업에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반면 식품·유통 등 내수업종의 중소업체들은 질문 자체가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산업 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평가방식에 문제점이 많은 것은 확실하다. 번번이 최하위 등급을 받는 식품·유통 업계들이 상대평가가 아닌 업종별 순위를 매기자는 의견을 내놓는 이유다.

동반지수 평가제도의 취지를 돌이켜보자. 협력 관계가 좋은 대기업은 칭찬하고 미흡한 대기업은 독려해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자는 게 목적이다. '대기업 망신주기'가 아닌 대기업·중견·중소기업이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적극 참여하면서 상생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방식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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