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나니머스의 해킹 사이버 안보 점검 기회로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가 트위터·유튜브 등을 통해 다음달 14일 한국 정부에 대한 해킹 공격을 예고했다. 이를 발표한 트위터 계정(@AnonOpsokor)의 팔로어가 적고 최근 트위터를 개시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이에 대한 검증작업과 함께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해킹 공격 예고가 사실일 경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뼈아프고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나니머스가 공격의 이유로 정부의 세금낭비·언론왜곡·시민억압을 들었기 때문이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세금낭비의 경우 공감이 가지 않지만 언론왜곡·시민억압 부분은 국제언론과 노동단체 등에서도 지적해온 만큼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상파 방송사 인사와 종편채널 심사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노조활동 등에 대한 규제가 선진국보다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발등의 불처럼 뜨거운 사안은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해온 한국 정부가 해커조직에 농락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이자 심장부인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는 2009년 7월과 2011년 3월 디도스 공격에 먹통이 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어나니머스 또는 북한의 해킹으로 홈페이지 상단에 '위대한 김정은 수령' 등의 메시지가 뜨는 수모를 당했다. 사이버테러 대응능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점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후 국가정보원에 사이버 안보의 실질적 총괄 권한을 부여했다. 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국군기무사령부 등 세 곳으로 나뉜 사이버 위협 대응체계를 바꿔 국정원이 위기상황 발생시 관련정보를 종합해 총괄 지휘하도록 한 것이다. 해킹공격이 실행되고 만약 뚫린다면 종합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예고된 해킹 공격만큼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사이버테러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다면 이번 사태는 약이 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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