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286억원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두산그룹 총수 일가에게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인재 부장판사)는 21일 회삿돈 286억원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이 선고된 두산그룹 전 회장 박용오ㆍ박용성씨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이 선고된 박용만 전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대주주 이자 대납, 분식회계 등 피고인들의 혐의 사실에 대한 원심의 사실 인정은 적정하고 수긍이 간다. 피고인 사이의 관계나 업무, 횡령이익의 배분 경위 등을 보면 일부 피고인이 독단적으로 사건을 저지를 이유도 없어 원심 판단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은 양형부당을 항소 이유의 하나로 들고 있는데 양형부당은 원심의 선고형이 법관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양형에 관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났다고는 판단되지 않으므로 양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으로서는 판결 당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토대로 적정한 양형을 정하되 양형 판단 과정에서 원심의 양형이 항소심의 그것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정한 양형의 범위에 있으면 존중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회사 재산을 개인 재산처럼 사용해 기업의 가치를 훼손시킨 점, 약 286억원의 거액을 10년에 걸쳐 횡령한 점,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 신용도와 국가 경제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 점 등은 불리한 양형 자료이나 비자금 일부는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했고 횡령액이 모두 상환된 점, 피고인들이 경제ㆍ사회 발전에 공헌하고 국익에 기여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은 1995년 이후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하고 2천838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와 관련해 수년 간 비자금을 만들어 대주주 생활비와 대출금 이자, 세금대납 등 개인용도로 썼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이 1심 재판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됐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두산그룹 대주주 형제가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하고도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데다 항소심에서도 집유가 선고돼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강조했던 사회 지도층의 횡령ㆍ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 방침이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