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달 28일 상원에서 『미국의 막대한 해외부채는 언젠가 만기가 돌아올 것이고, 이는 금리 인상과 달러 하락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정부 채권(TB), 기업발행 채권 및 주식 등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함으로써 메워왔다. 미국 경제가 유럽 및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할 땐 달러 강세를 통해 외국 투자자들을 쉽게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과 유럽 경제의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고,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의 유가증권을 팔고 자국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올 1·4분기중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686억 달러로 2년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아시아로부터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적자폭이 3,000억 달러로 80년대의 연간 국내총생산액(GDP) 수준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올해 지난 해보다 두배나 늘어난 3,000억 달러의 채권과 주식을 외국인에게 매각해야 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해외투자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달러 약세→미국의 금리 인상→뉴욕 증시 하락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채(TB)의 민간보유분 3조3,000억 달러중 해외매각 비율이 지난 3월말 현재 38%로, 94년의 21%에 비해 급증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의 저축율이 낮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약해지면 달러 자산(주식 및 채권)의 값이 떨어지고, 경기도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는 2일 엔화에 대해 한때 113.90 엔으로 내려앉아 지난 5월 이래 8% 하락했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3주만에 5% 떨어졌다. 뉴욕 증시의 다우 지수는 이날 현재 7월 중순의 최고치에서 5% 하락했다. 달러 하락폭 만큼의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 뉴스의 컬럼니스트 캐롤라인 바움씨는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아직도 강한 달러론을 펴고 있지만, 하버드대 교수 시절에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 절하론을 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머스 장관의 달러 약세 용인설과 그린스펀 의장의 뉴욕 증시 거품론이 공조를 이루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