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 직업상담원들의 공무원 전환, 노사로드맵 논의 마무리, 비정규직법 통과에 국제노동기구(ILO)에서의 외교전까지….
복잡한 현안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취임 넉 달을 맞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취임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에 대화와 타협을 주문해온 이 장관에게 6월은 녹록지 않은 한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고용안정 서비스를 선진화하기 위해 1,600여명에 달하는 직업상담원을 공무원으로 전환하기로 한 방침을 1일 노동부 공무원직장협의회와 직업상담원노조에 알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노동부직협이 장관의 결정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직업상담원노조도 미온적이어서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민형 직협 회장은 “직업상담원의 공무원 전환 소식을 전해 듣고 8ㆍ9급 일선 공무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며 “민간인으로 들어온 뒤 집단으로 신분보장을 요구한다고 이를 들어주는 것은 국가기강을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상담원노조도 “공무원 전환이 신분상 갈등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공단설치를 주장했다.
내부 반발과 함께 타 부처 설득, 국민적 공감대 획득도 이 장관이 풀어야 할 난제다. 공무원 증원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강한 상황에서 명분과 설득력을 얻어내는 것과 함께 기획예산처ㆍ행정자치부ㆍ중앙인사위원회 등 관련 부처를 설득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6월 말 시한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논의 중인 노사관계 선진화법안 협상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이 장관의 애를 태우고 있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지금까지는 33개 과제의 쟁점을 이해하는 수준의 논의만 이뤄졌다”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직권중재 폐지 및 필수유지업무 신설 등 현안 논의가 시작되면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6월 말 논의 완료, 7월 입법예고, 9월 국회 통과의 시간표를 갖고 있지만 정부 의도대로 풀리기 힘들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고 4월 임시국회처럼 사학법 대치정국이 재연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법안이 6월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하고 노사선진화법안까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장관은 4일 스위스로 출국, ILO 정기 총회에 참석한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 들어 잇따라 한국의 노동상황과 공무원노조 단결권 제약 등에 우려를 표명한 ILO와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