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5일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의 집중포화에 휩싸였다.
박 대표는 재선의원으로서 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뒤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 경험 등을 바탕으로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하며 여야 소통의 핵심창구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이번 여권의 공세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 대표가 '청와대에서 비공개 청문회를 제안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의혹을 제조하고 대통령과 정부를 폄하해 민심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기교나 전술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계시는 분의 거짓말이 지나치다"며 날을 세운 것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더 이상 상생정치에 연연하지 않고 짚은 것은 짚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원 총장은 더욱이 박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부터 공정사회를 솔선수범하라'고 말한 데 대해 "이는 금도를 넘어선 발언"이라며 "대기업에서 1억원씩 받고 휠체어 타고 다니던 때가 언젠데 너무 손바람 내다 덜컥수를 둘 수 있다"고 인신공격까지 했다. 박 대표가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당시 기업에서 비자금 수수 의혹을 받았던 것을 꼬집은 것이다.
정가에서는 소장개혁파 출신인 원 총장이 2004년 백봉신사상을 받는 등 평소 대화와 존중의 정치를 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보면서도 앞으로 여당이 박 대표의 독주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총장은 또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내고 남북 비밀협상의 주역을 맡으며 청와대 사정을 넉넉히 짐작할 수도 있는 분이 작은 정치이익을 위해 정치 수법에 의지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긴급 논평을 통해 "여당 사무총장이 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공갈협박했다"며 "정부 여당은 지금 야당 대표의 입을 봉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