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기 일부 팔아 빚 줄여라"

금융당국 "세일즈앤드리스백으론 안돼" 근본개선책 요구


금융당국이 한진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에 보유 항공기 일부를 완전 매각해 부채비율을 낮추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이 동부에 이어 한진그룹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힌 후 나온 첫 조치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진 측은 비행기를 팔더라도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는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고수해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25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한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대한항공 측과 보유 항공기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750%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려면 금융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항공기를 일부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총 147대로 이 중 임차(소유권 없이 빌려 쓰는) 비행기는 14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부 회사 소유로 상당수가 금융리스 형태여서 정기적으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소유권은 대한항공에 있지만 할부 구입한 자동차처럼 장기간 돈을 갚아나가는 구조다. 여기에 항공산업의 특성상 신규 항공기도 계속 도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추가 차입금 부담이 생긴다. 올 3월 대한항공의 총차입금은 14조6,816억원으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직후인 2010년 말 대비 3조원 넘게 늘어났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오는 2018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보잉 B787기종 1대를 포함한 총 12대를 새로 들일 계획이다. 투자금액은 대한항공 자기자본 대비 137.1%에 해당한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대한항공이 2009년 재무약정 이후 부채비율 감축을 이뤄내지 못해 올해 다시 약정을 갱신했다"면서 "당국과 채권단이 재무개선 차원에서 추가 리스 없이 일부 항공기를 완전 매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 측은 핵심 영업자산인 항공기를 완전 매각하는 것보다 세일즈앤드리스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항공업계가 저가 항공기 등장에 따른 경쟁심화와 여객수요 감소로 고전 중이지만 호황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일즈앤드리스백은 매각자금 유입으로 항공기를 자체 소유했을 때보다 부채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고 나중에 소유권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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