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참여 중·러 '잠정타결' 희비는 교차

이란 원유수출 위해 적극 구애
中 에너지비용 절감·투자 재개
외교무대 입김 강화 일석삼조
러는 석유수출수입 감소 등 악재


서방 주요국들과 함께 이란 핵협상을 잠정 타결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수입비용 절감과 이란 수출·투자 확대, 대외입지 강화의 일거삼득 효과를 보게 된 반면 러시아는 석유수출 수입 감소, 대외영향력 약화 같은 악재에 직면했다.

7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비잔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번주 중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현지 국영 에너지 기업인 시노펙그룹 관계자 등과 만날 예정이다. 이란국영석유회사(NIOC) 관계자들 역시 방중해 시노펙의 무역상사 부문 자회사인 유니펙, 국영무역회사인 주하이전롱 관계자들과 협의를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오는 6월 말로 시한이 잡힌 핵협상 최종 합의가 실현될 경우 미국·유럽연합(EU)·유엔에서 받아온 경제제재이 단계적으로 해제 된다. 장게네 장관과 NIOC 관계자들의 중국행은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중국으로 원유를 포함한 석유 관련 상품 수출을 늘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게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09년 이란의 대외 수출 및 수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최대 교역 파트너로 성장했다. 특히 전 세계 5대 원유 생산국인 이란의 석유 수출물량의 절반가량을 현재 중국이 사주고 있다. 2012년부터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강화로 막힌 이란 원유 수출난의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이란은 세계 2대 프로필렌 제조국이자 4대 폴리에틸렌 생산국일 정도로 석유화학산업 분야 육성에도 주력해왔기 때문에 경제제재가 풀리면 관련 분야의 대중교역도 한층 활성화할 수 있다.

이란의 구애는 대외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란은 중국의 6대 원유수입국(2014년 기준 1일 평균 60만배럴 )으로 대외수출 물량을 늘릴 경우 그만큼 유가 하락으로 이어져 중국의 대외무역수지를 한층 더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추진하다 이란 경제제재로 좌초됐던 여러 투자사업을 재개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중국석유가스집단(CNPC)이 47조달러 규모로 추진하다 중단됐던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사업 등이 수혜를 볼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장게네 장관 측과 시노펙 간의 이번주 회동에 대해 "시노펙이 이라크 접경지 인근에서 현재 하루 50만배럴의 생산규모로 운영하는 유전인 '야다바란 프로젝트' 확대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라는 현지 소식통의 전언을 소개했다.

더구나 중국은 이란을 지렛대로 삼아 한층 더 외교·안보 무대에서 입김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란 핵협상이 잠정 타결된 뒤인 5일 성명을 내고 "중국과 미국의 협상과정에서 우호적인 접촉을 지속했다"며 "양국은 국제적 핵확산방지 체계 수호에서 주된 책임을 공유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러시아로서는 이란 핵협상 잠정타결에 참여하고도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마켓워치는 7일 과거 이란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경제제재 해제를 돕고 미국 폭격 가능성에 대비한 첨단 방공장비를 제공하기도 했던 러시아가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란의 대외 원유수출이 늘면 그만큼 국제유가가 떨어져 석유 등 에너지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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