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을 지켜라] '보안' 발목잡는 '인권'

시스템강화 할때마다 침해 논란 되풀이 "직원들과 사전협의 거쳐야 부작용 없어"


산업보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가장 큰 걸림돌이 ‘인권 침해 우려’다. CCTV를 설치, 운영하는 게 종종 ‘직원 감시용’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산업보안도 중요하지만 인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을 주면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직원들의 불만을 가져와 정상적인 조직 운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산업 보안’과 ‘인권’간의 적절한 균형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한 대책으로 평가된다. ◇되풀이되는 인권 논란=이광재(열린 우리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34명은 지난 2004년 현행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산업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산업기술보호법안(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연구원들과 시민단체들의 극심한 반발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연구원들은 산업기술보호법이 연구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할 뿐만 아니라 전직이나 이직 등 직업선택의 자유도 크게 제한함으로써 인권침해의 소지가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이 도입될 때 마다 유사한 반발이 빚어진다. CCTV는 직원 감시용이라는 비난을 듣고, 출입통제 때 사용되는 X레이도 ‘소지품 검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특히 첨단 기술일수록 반발은 더 커진다. 일부 대기업들이 공장 근무자들의 출입증에 무선인식(RFID) 태그를 부착하려 하자 시민단체들이 나서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려는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한 적도 있다. ◇직원들의 합의가 성공요건=일부 기업들의 경우 직원을 채용할 때 e메일을 모니터링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동시에 업무에만 e메일을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이는 인권 침해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보안 활동이 뿌리를 내리려면 회사의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직원들에게 충분히 알려주는 동시에 보안시스템이 도입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CCTV는 핵심보안 시설에만 설치하고, 녹화된 영상 자료도 인권 침해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X레이로 반출되는 물건을 검사할 때도 여성 보안요원을 고용해 소지품 노출에 따른 수치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RFID 태그를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RFID 기술의 경우 이동경로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의 우려가 더 크다. 따라서 RFID를 도입할 때는 판독기 설치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직원들에게 판독기 위치를 고지하는 게 바람직한 운영방안으로 지적된다. 한편 핵심 연구시설의 경우 보안 수준도 그만큼 높기 때문에 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보안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보안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늘어나면 대규모 이직으로 인해 기술유출의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면서 “직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보안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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