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파업을 풀기 위한 노ㆍ사 협상이 22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이번주부터 본격화될 하투(夏鬪)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양대노총은 협상과 투쟁을 병행해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의 잇단 파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정부도 최근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투쟁 일변도 전략`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흥은행 협상 타결 결과를 놓고 보면 노조측은 당초 주장했던 `분할매각`을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협상을 통해
▲3년간 독자 경영 및 고용 보장
▲신한은행 수준으로 임금 인상 등 상당한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조흥은행 파업 사태는 당초 `공적자금 회수`라는 정부의 정책적인 명분이 있었던 데다 대다수 시민단체마저 반대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노조의 `매각 철회` 요구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됐었다. 실제로 정부는 조흥은행 파업 기간동안 내내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따라서 올 하투(夏鬪) 과정에서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조흥은행의 경우처럼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조흥은행의 파업 종료와 함께 노동계도 일방적으로 정부나 사용자측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파국을 피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경제5단체와 함께 외국기업들도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만큼 노동계의 투쟁일변도 전략은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이달 30일 20여만명의 산하 조직 조합원을 동원해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조흥은행 사태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고 해결된 만큼 정부와 꾸준한 물밑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도 7월 2일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제도개선 등을 올해의 중점적인 현안으로 꼽고 있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해서는 재계의 반대도 상당히 수그러들었기 때문에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양대 노총은 이번 하투를 통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노동계의 투쟁수위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된다. 아직도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일부 강경 노조들이 앞으로 파업이라는 `벼랑 끝 전술`을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조흥은행 파업을 계기로 산별교섭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흥은행 협상과정에서 조흥은행의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조가 전면에 등장, 합의를 이끌어낸 탓에 산별교섭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노사협상 과정에서는 산별교섭 수용, 기본협약 체결 등의 문제가 뜨거운 쟁점사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