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비중도 크지 않고 설명도 많지 않은 편이라서 관객들이 '히사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시사회 당일 날은 너무 긴장해서 영화도 제대로 못 볼 정도였죠. 그날은 집에 와서 완전히 뻗었어요(웃음)"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가 높은 여배우 이연희(27·사진)가 이번에는 다소 색다른 역할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조선명탐정2:사라진 놉의 딸'에서 그는 예쁜 여자에 약한 김민(김명민 분)이 가는 곳마다 나타나 그의 혼을 쏙 빼놓는 정체불명의 여인 히사코를 연기했다.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끝난 후 차기작을 찾는데 꼭 영화가 하고 싶더라구요. 그러던 중 시나리오를 봤는데,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남자를 여성미로 유혹하는 역할 같은 건 기존에 제가 해보지 못했던 역할이기도 했구요"
영화에서 김민과 서필(오달수 분)이 셜록홈즈와 왓슨이 생각나는 명콤비 연기를 선보인다면 이연희의 히사코는 007 첩보영화 속의 '본드걸'을 떠오르게 한다. 연기도 외모도 화려하고 매혹적이다. 특히 게이샤(일본 전통 기생)로 기모노를 호화롭게 차려입은 모습은 영화 속 볼거리의 백미. 기모노를 입고 준비하는 데만 매번 꼬박 두 시간씩 걸렸다는 이연희는 옷과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제가 영화에서 입은 8벌의 기모노는 값을 치를 수 없을 정도로 고가였거든요. 보험까지 들어 일본에서 공수한 만큼 모두가 굉장히 소중히 다뤘죠. 실제 어느 날 촬영 마치고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매니저랑 스타일리스트가 안 보여서 찾았더니 조심스레 기모노를 접는데 온통 정신이 쏠려 있더라구요. 저보다 옷들이 더 귀한 대접을 받은 셈이죠(웃음)"
2004년에 데뷔한 이연희는 어느덧 12년 차의 배우가 됐다. 드라마 '미스코리아' 등 호평을 받은 작품도 많았지만 흥행작은 많지 않은 편이다. 부담은 없을까.
"아깝긴 하지만 흥행을 한다거나 스타가 된다거나 하는 건 사람마다 다 때가 다른 것 같아요. 저도 그저 열심히, 제 자리를 잘 지키고 굳건히 연기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 때가 오지 않을까요. " 이어 말했다. "그래도 작품을 새로 할 때마다 책임감이라든지 부담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욕심이 있다면 이제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관객들이 몰입하고 재밌게 볼 수 있게 만드는 안정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죠. 크게 되기 보다는 편안한 배우, 논란이 되지 않는 그런 배우 되도록 노력할게요"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