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민주당 이광재 의원 외에 다른 정치인에게도 베트남에서 돈을 준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해당 정치인들을 조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현재 이들의 기소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또 한번 '박연차 태풍'이 불 전망이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이 의원의 공판에서 변호인은 "박 회장의 지시를 받고 이 의원에게 건넬 5만 달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태광비나 직원 이모씨의 조서에서 '베트남에서 이광재에게 주는 방식과 똑같은 방법으로 다른 정치인에게도 돈을 줬다'는 진술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유일하게 이 의원만 재판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씨가 관여한) 다른 정치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으나 기소 시기를 여러 사람과 맞춰서 하려고 기록을 정리하는 단계"라고 말 해 박 회장에게 베트남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다른 정치인을 추가 기소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박 회장 등 4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재판부는 "박 회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추후 기소될 경우 공동 피고인이 돼 기존 증언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일단 박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뒤 검찰이 다음 기일(5월28일) 이전에 박 회장을 이 사건 공동 피고인으로 기소할 경우 박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2004년 3월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옛 사돈으로부터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후 박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14만달러와 2,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추가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