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보신주의 없애라" 일반 은행원에도 스톡그랜트

옛 외환·신한은행 시스템 벤치마킹
임금체계 바꿔 단기 실적주의 타파


중장기적 경영성과 유도 가능… '우량 상품만 취급' 변화 올 듯

스톡그랜트 시행 신한은행 "영업 마인드 개선에 긍정적"

신규고객 발굴 배점률 상향도


지난 2010년 금융감독원은 대대적인 행정지도를 통해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 등 업권별로 임원들에 대한 성과보수체계를 바꿔놓았다. 당시 도입한 성과보수체계의 핵심은 금융권 임원들의 과도한 스톡옵션과 단기 경영실적 추구를 방지하고 중장기적인 경영실적을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금융회사는 현재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신 '스톡그랜트(성과연동주식)' 형태의 장기 성과보수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진이 스톡옵션 형태의 보상을 받게 되면 주식을 팔 수 있는 시기가 됐을 때 단기적으로 실적을 극대화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톡그랜트는 주식을 지급하되 일정 기간 처분을 못 하게 하고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기 때문에 보다 중장기적인 경영성과를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 당국이 임원이 아닌 일반 은행원들에게도 이러한 방식의 장기 성과와 연동된 보상체계를 검토하는 것은 대통령까지 지적한 '금융권 보신주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은행권의 단기 실적주의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다수 은행은 비이자 수익을 내는 카드·펀드·보험 등을 판매해야 일반 예금·대출 등 이자수익 상품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얻기 때문에 영업현장에서 무리하게 상품을 권유하는 사례가 많고 이 같은 영업행태는 불완전 판매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 신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기술금융을 회피하는 것도 결국 단기 실적주의에 따른 영향이 크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불확실한 대출은 되도록 피하고 보증 및 담보가 있는 우량 대출만 취급할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 직원들에게도 장기 성과보수체계가 정착되면 이 같은 은행의 영업행태에 일정 부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 무조건 보신주의를 타파하라고 해서는 소용이 없다"며 "결국 인사고과와 성과체계를 바꿔야 금융회사 직원들의 업무 행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은행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은행 직원들에게 장기 성과보수체계를 도입할 경우 임원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모범규준이 상당 부분 준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행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경영진 등에 대한 변동보상 중 상당 부분(50% 이상)을 주식 또는 주식연계상품 등 장기 성과와 연동될 수 있는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 또 주식 또는 주식연계 상품에 최소 보유기간(이연기간 포함)을 설정하는 등 적절한 행사 유보정책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모범규준은 특히 단기 실적에 매몰될 수 있는 스톡옵션 대신에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성과연동형 주식 등 회사의 장기 성과와 연동될 수 있는 다양한 보상형태를 검토해 장기성과급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이미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장기 성과보수체계가 일부 도입된 적이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2005년 론스타가 대주주인 시절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가연동 성과급제인 '로즈 보너스'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로즈 보너스는 지급 당시 주가를 '로즈 프라이스'로 제시하고 2년 후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현재는 이 제도가 종료된 상태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신한은행 정도만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받고 이를 4~6년 후 매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놓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식 지급 방식의 성과급체계는 직원들의 영업 마인드를 바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 밖에도 중소기업이나 기술금융 관련 부실대출에 대한 면책 범위를 확대하고 은행과 기업의 거래 영속성 등과 연계해 은행원들에게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 당국은 은행원 평가의 핵심인 핵심성과지표(KPI) 체계에서 신규 기업 고객 발굴 등과 관련한 배점 비율을 높이도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개인에 대한 면책이나 징계는 은행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좀 더 부여하고 실물지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은 이와 관련, 개별 회사별로 노사 협의 사항이 달라 제도 개선이 쉽지 않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은 민영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통합 이슈가 걸려 있어 임직원 성과급 체계를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인사 담당 부행장은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합의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당국의 지침이 나온다고 무조건 따라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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