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계가 단기외채 유입 억제와 해외투자 활성화 등 정부의 과감한 환율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수출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금리인상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됐다.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의 환율 하락은 개별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실정”이라며 “당국이 환율방어에 나서는 등 특단의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특히 “큰 폭의 무역흑자를 내면서도 환율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받아들일 만하다”며 “무역흑자가 곧바로 원화 절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적 국제수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업계는 우선 외국계 은행 한국지점 등이 해외 본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에 대한 이자 중 손금 인정을 받지 못하는 초과차입금 범위를 현행 출자지분의 6배에서 3배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계 은행 한국지점의 차입부담을 끌어올려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외채 유입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단기외채를 외평기금에서 매입하거나 ▦매입한 단기외채를 운용하는 ‘외국환안정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됐다. 무협은 해외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1ㆍ15조치’가 210억달러 규모의 유출을 이끌어내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며 ▦ 비과세 적용 해외펀드 확대 ▦ 해외주식 직접투자에 따른 양도차익 비과세 ▦ 비과세 근로자적립식 해외투자 펀드상품의 신설 등 보완책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폭넓은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도 제시됐다. 이 회장은 “현재 300만달러인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를 아예 철폐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의 수출대금 중 국내로 반입하지 않아도 되는 범위를 현행 건당 50만달러에서 200만달러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협은 다만 최근 정책당국이 추진 중인 금리인상과 관련, 수출업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금리인상은 떨어지는 환율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조치”라며 “통화당국이 이를 감안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무협이 181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금리인상이 수출경쟁력에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85.6%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