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경쟁 다큐처럼 정리

삼성 VS LG 그들의 전쟁은 계속된다
박승엽ㆍ박원규 지음, 미래의 창 펴냄


일본 자동차 회사 빅 3로 불리는 도요타ㆍ닛산ㆍ혼다는 1970~80년대에 시장 쟁탈전을 벌이면서 제살깎기 식 과열 경쟁 양상을 보였다. 무분별한 모방 전략을 반복하는 혼탁한 소모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 회사가 모두 살아 남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세 회사가 별반 차이가 없는 제품들로 동일한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였지만 품질에서 만큼은 서로 뒤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고 특정 브랜드가 아닌 일본 자동차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면서 해외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일본 시장에서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 세계 시장으로의 문을 연 것이다." 인류 역사를 보면 가히 라이벌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는 물론 기업과 계급간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면서 어김없이 맞수가 생긴다. 우리 기업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과 LG는 전자, 통신, 화학, 금융을 비롯한 주요 산업 분야에서 서로 1, 2위를 다투며 치열한 라이벌로 맞서왔다. 그렇다면 반세기에 걸쳐 모든 시장 영역에서 격렬하게 싸워온 두 기업 집단은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처럼 서로 상생하는 좋은 경쟁자일까 아니면 경영 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가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작용으로 경고했던 나쁜 경쟁자일까. 부자(父子) 관계이자 서울대 경영학과 30년 선후배이기도 한 박승엽, 박원규씨는 삼성과 LG의 반세기에 걸쳐 펼쳐 온 경쟁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았다. 삼성과 LG의 경쟁은 한때 너 죽고 나 살기식의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이른바 극한 경쟁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나라 안팎에서 혁혁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두 기업의 경쟁이 단순히 소모전에 그쳤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린다. 둘 사이에 벌어진 경쟁으로 인해 창출된 시너지 효과가 현재 삼성과 LG의 위상에 영향을 미쳤다면 서로를 나쁜 경쟁자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경쟁자라고 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자, 통신, 화학, 금융 등 주요 산업 분야는 물론 브랜드 런칭을 두고 벌이는 두 기업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치열한 경쟁 모습이 잘 짜여진 다큐멘터리처럼 깔끔하게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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