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 움직인다

■ 야성적 충동, 조지 애커로프ㆍ로버트 쉴러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경제엔 불안정·비일관성 내포
경기 부침 주기적으로 반복돼
충동 통제하는 '강한정부' 필요


경제학 이론만으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급등락을 반복하는 실물경제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충동적인 인간의 내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희비가 엇갈리는 트레이더들의 얼굴에서 급등락 장세를 읽을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은 세 번의 경기 침체를 겪었다. 1990년 7월부터 1991년 3월까지, 2001년 3월부터 11월까지, 그리고 2007년 12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불황이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세 번 모두 부패 스캔들과 무관하지 않았다. 1990년 침체에는 여신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산한 저축대부조합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였으며, 2001년에는 엔론 사태 등 기업의 분식회계가 잇달아 터졌고, 2007년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남발한 금융권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왜 이처럼 경기는 주기적으로 부침을 겪을까, 공익성이 생명인 금융계는 왜 이렇게 공공연하게 비리를 저지르는 것일까.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한 애덤 스미스를 비롯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기틀이 돼 온 다양한 경제학이론 만으로는 이 같은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행동경제학의 대가들인 조지 애커로프 런던 이코노믹스쿨 경제학 교수와 로버트 쉴러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인간의 내면 즉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서 답을 구했다. 야성적 충동이란 경제 사상가 존 케인스가 1936년에 언급한 말로 인간의 비경제적 본성을 가리킨다. 경제에 내포된 불안정하고 일관성이 없는 요소를 뜻하며, 사람들이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심리를 의미한다. 비이성적 기질을 관리하기위해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케인스의 이론은 후대의 경제학자들에게 간과된 채 세월이 흐르면서 세계 경제의 수레바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지난 6년간 롤러코스터와 같은 세계 경제 흐름을 겪으면서 케인스가 남긴 단상에 최근 경제 현상을 대입해 야성적 충동의 실체와 중요성을 복원했다. 과열로 인한 거품 그리고 쌓인 거품의 붕괴가 거듭되면서 일정한 주기를 갖고 반복되는 경기 침체를 지켜본 저자들은 70여년전 케인스가 남기고 간 이론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뒤늦게 대입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주류경제학자들의 뒤늦은 반성이다. 저자들은 인간의 심리적 요인의 원형을 복원하기위해 ▲자신감 ▲공정성 ▲부패와 악의 ▲화폐 착각 ▲이야기 등 다섯가지 요소로 나누고 야성적 충동을 파헤친다. 특히 야성적 충동을 설명하기위해 ‘이야기’라는 요소를 끌어들인 대목은 흥미롭다. 이야기는 행동경제학과의 연계성이 깊은 요소로 사회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 스토리가 가진 강력한 플롯 구조가 인간의 기억을 강화시키고 미화해 스토리를 재생산 해내는 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어떤 요소 보다도 인간의 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는 것. 진실과 꾸며진 이야기는 다를 수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진실의 여부에 상관없이 팽창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저자들은 인간의 비논리적 선택과 우연, 과대 포장, 거짓말, 비도덕적 성향이 드러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야성적 충동의 속성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저자들은 결론적으로 불황의 원인을 경영학의 이론으로만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야성적 충동이 공공의 선(善)을 위해 창의적으로 발휘되도록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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