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이저 철강업체들이 자동차용 냉연강판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증산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세계적인 철강제품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중국ㆍ인도의 자동차 수요 급증과 아시아 국가들의 해외 수출 증가로 자동차용 강판이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탈ㆍ아르셀러ㆍ신일본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들이 생산능력 확대와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차 강판시장 주도권 경쟁 시작됐다= 미국의 누커(세계 9위)와 러시아의 세버스톨(세계 20위)은 제너럴 일렉트로닉(GE)과 함께 8억8,000만달러(약 9,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미시시피주 콜럼부스에 연산 150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짓기로 했다고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SWSJ)이 4일 보도했다. 이 제철소는 자동차용 강판을 주력제품으로 2007년말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 BMWㆍ메르세데츠ㆍ혼다 등 인근 14개 자동차 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스웨덴 업체인 사브철강(60위)도 중국에 자동차용 강판 제품을 주력 품목으로 하는 철강공장을 세우고 포르쉐 승용차와 트럭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러(2위)와 일본의 신일철(3위)은 중국 최대의 민간철강업체인 바오산강철과 3억위안(약 3,800억원) 규모의 제철 합작공장을 세우고 2010년까지 중국 자동차용 강판 시장의 50%를 석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탈스틸(1위)도 최근 폴란드 또는 체코에 3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을 들여 유럽 자동차업체에 공급할 냉연강판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회사 가격결정권 높아져= 세계적인 철강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용 강판은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아시아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증설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도요타는 중국 현지공장 증설 및 신설을 통해 생산량을 2007년까지 60만대로 늘릴 계획이고 혼다와 닛산도 각각 50만대와 30만대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푸조 시트로앵과 손잡고 체코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닛산도 영국 공장을 확대키로 했다. 공급부족이 계속되면서 철강회사들의 가격결정권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셀러ㆍ신일철ㆍJFE 등은 공급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르셀로가 내년 1ㆍ4분기부터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철강 공급가격 인상을 추진키로 한 데 이어 JFE(4위)도 일본 완성차에 공급하는 철강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바다 하지메 JFE 최고 경영자(CEO)는 일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철강가격을 인상할 방침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보도에서 바다 최고경영자가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낮게 유지돼 왔고 어떤 경우에는 생산원가보다 낮게 책정됐다”며 가격 결정권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