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아쉬움 남긴 박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박근혜 대통령의 18일 국회 시정연설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역대 대통령들이 국무총리에게 대신 낭독시키거나 아예 걸렀던 시정연설을 정례화하겠다는 약속이나 국정현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대목에서 국회 존중의 뜻이 읽혀진다.

특히 각종 경제법안과 내년 예산안 처리에 대해서는 절박함과 진정성이 엿보였다. 바로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아쉬움을 남겼다. 대통령의 의지를 알리는 대목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정작 국정 파트너인 야당을 생산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제언이나 제안은 없었기 때문이다.

시정연설을 앞두고 언론이 보수와 진로를 막론하고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결단을 촉구했던 점에 비춰 실망스럽다. 모처럼의 기회도 날아가는 분위기다. 여야의 평가도 극과 극을 달렸다. 정국은 여야의 극한대치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당장 법인카드 유용 등 의혹을 사고 있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대립할 게 뻔하다.

시정연설을 마친 박 대통령이 중앙통로의 새누리당 의원들과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지만 기왕이면 민주당 의석으로 이동해 인사를 나눴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더욱이 의사당 밖에서 벌어진 민주당 의원들과 청와대 직원 간 충돌도 시정연설의 의미와 진정성을 깎아먹었다.

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를 강조했지만 정국운영의 축이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에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맡아야 할 책무가 커졌다. 새누리당이 실권을 갖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정국 현안이 풀려나갈 수 있다. 민주당도 여권과 견해차가 크지 않은 경제입법에 대해서는 부분적이나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것이고, 한국호의 앞날은 안개로 뒤덮인 고층빌딩 숲을 헤매는 헬기와 다름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