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중견기업들 잇단 부도 위기

경기 불황에 저가 출혈수주 경쟁으로 자금난 심화
오리엔탈정공 관리절차 돌입… ㈜일성 화의 신청

부산과 울산지역의 중견 조선ㆍ플랜트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부도위기에 직면, 화의신청을 하거나 워크아웃에 돌입해 지역경제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관련 업계의 불황에다 경쟁 기업들과의 저가 출혈수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울산의 대표적 플랜트업체인 울주군 온산읍 소재 (주)일성이 지난 5일 울산지법에 기업회생 절차인 화의를 신청했다. 일성은 중동지역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의 저가수주로 인한 경영난으로 부도 위험에 직면하자 이날 울산지방법원에 화의를 신청했다.

연 매출이 평균 2,000억원대에 달하는 일성은 그 동안 지역의 중견기업으로 자리를 잡아왔으나 최근 중동지역 플랜트설비를 저가에 대량 수주, 납품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현금 유동성이 극도로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알려진 일성의 부채규모는 약 2,000여억원으로 회생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일성의 화의 개시 여부는 다음달 중으로 결정 날 전망이다.

부산의 중견 조선·조선기자재업체인 오리엔탈정공도 수주ㆍ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갔다.

그 동안 자금난을 겪어온 오리엔탈 정공은 지난달 22일 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한데 이어 지난달 29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3개월간의 채권은행 관리절차가 개시됐다. 오리엔탈정공은 지난해 말 수주건이 일부 취소되고 올 들어서도 추가 계약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선수금 등 유입자금은 잘 들어오지 않았던 반면 집행자금이 늘어 재무구조가 악화돼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엔탈정공은 부산지역 기업들 중 매출액 기준 20위권 안팎의 중견기업인데다 조선기자재업체 중에서는 부산에서 매출액이 가장 많다. 한 해 매출액은 3,000억~4,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는 2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리엔탈정공은 30여 년간 계속해온 데크하우스 주력 생산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특수목적선, 해양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중이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업 다각화가 오리엔탈 정공의 자금운용에 과부하를 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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