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신속인수제 다시 주목받나

"미적대면 동양처럼 유동성 위기 직면"
재무부담 커진 일부 기업들 신청 검토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해 사실상 공중분해되자 지난 7월 도입된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부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정부)이 일정 부분을 인수해 상환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낙인효과'를 우려해 기업들이 신청을 주저했지만 동양 사태를 기점으로 관련 제도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 외에도 일부 그룹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발표한 그룹 분석보고서에서 동양그룹 외에 3개 그룹의 재무상태가 계열사의 실적저하 또는 과도한 인수합병(M&A) 등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들이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그동안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을 꺼려했다는 점이다. 신청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 부실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데다 재무개선 특별약정에 따라 차환지원기간에 주채권은행으로부터 경영감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 당국이 7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도입한 후 신청한 기업은 한라건설ㆍ현대상선 단 2곳뿐이다.

하지만 동양 사태를 기점으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이용할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법정관리까지 가고 말았다"며 "동양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신용위험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증권사들이 고금리 리테일(소매) 채권 영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동안 비우량기업들은 고금리를 앞세워 주로 증권사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동양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리테일 채권 영업에 부담을 느껴 잠정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비우량기업이 부채 상환을 위해 기댈 곳은 사실상 정부의 지원밖에 없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리테일 채권 영업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비우량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창구 하나를 잃는 격"이라며 "앞으로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의존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