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우선 경영' 본궤도 올랐다

■ 자사주 소각 크게 늘어풍부한 '실탄'바탕 기업가치 극대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실적호조에 따른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주주이익 극대화에 발벗고 나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 입장에서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다. 자사주 매입의 경우 일정 시점이 지나면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와 효과를 반감시키지만 자사주 소각은 말 그대로 보유 자사주를 없애버려 물량을 줄임으로써 주식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활성화된 지 10여년이 넘었지만 국내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에 나선 지는 채 3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규정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여건이 완화된데다 기업들이 실적호조를 바탕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제도개선으로 기업 관심증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선뜻 자사주 소각에 나서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소각용으로 명시해 매입한 자사주만 소각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4월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소각 이외의 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서 자사주 소각을 허용하는 한편 자사주 소각을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처럼 자사주 소각 여건이 완화되면서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0년 이후 지난해 4월 규정개정 이전까지 자사주 소각 건수는 5건에 그쳤지만 규정개정 이후 최근까지 자사주 소각 건수는 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 자사주 소각 기업 주가도 좋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해당기업의 발행주식수를 감소시켜 주당순이익(EPS)ㆍ주당순자산가치(BPS) 등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 수급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또 현금배당과 비교할 때 소득세가 없어 주주들에게 유리하고 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사주 소각 기업들의 주가흐름을 살펴봐도 자사주 소각이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거뒀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8,000만주의 자사주 소각을 결의한 기아차의 경우 이후 주가가 탄력적인 오름세를 보였고 최근 풍산ㆍ서울도시가스 등도 자사주 소각 이후 주가가 견조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것은 재무구조가 양호하고 주가 및 투자자들에 대해 신경쓰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 연말 앞두고 자사주 소각 기업 늘어날 듯 연말을 앞두고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기업들의 결산시즌과 맞물려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의 경우 자사주 소각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90년대 초반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사주 소각이 활성화돼 기업이익을 주주들에게 되돌려준 바 있다. 이달 초 주식소각을 완료한 웅진코웨이의 우정민 재무담당 이사는 "회사 재무구조가 양호한데다 당장 필요한 자금부담도 없어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주가안정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기업들이 아직 대규모 시설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풍부한 보유현금을 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자사주 소각의 매력을 늘리고 있다. 이재용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