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8일 "안전사고는 곧 기업 패망의 길"이라며 강도 높게 안전경영을 강조하면서 향후 정부가 추진할 관련 정책 방향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안전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가뜩이나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옥죄는 모양새를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안전경영에 대한 세제혜택 같은 별도의 지원은 적은 상황에서 기업에만 부담을 지운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일단 정 총리의 발언을 100% 인정하는 분위기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도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팀장도 "안전에 신경을 쓰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고 이는 고객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며 "(총리의 발언도) 이런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총리의 발언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발언 강도가 세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또 총리의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안전 관련 규제가 남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안전사고는 구조적인 원인이나 안전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에 생기는 사례가 많지만 말 그대로 단순사고에도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거나 기업을 강력 제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과거 상수원 보호지구 도로를 달리던 화물트럭이 물에 빠진 뒤 트럭의 도로진입 자체를 제한한 적이 있다"며 "수도권 주민의 먹을거리 안전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단순사고에 과도하게 반응했던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과도한 안전경영 요구가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경영 실천결의대회를 하고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 안전 부문을 챙기고 있다"며 "안전만을 너무 강조하면 제대로 기업활동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동시에 안전 관련 투자에 대한 지원책도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미 올해 말로 종료되는 기업의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의 일몰을 연장하고 대상과 공제율을 올려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활용률이 0.5%인데 이는 전체 투자세액공제 활용률인 3.8%보다 크게 낮다"며 "설비투자 외에도 안전인력 비용과 기업 내 사고 전담기관 신설 및 확대에 세제지원이 필요한데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