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한빛·외환·평화 등 정부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4개 은행(당시 9개 은행, 합병은행 및 제일·서울 제외)에 삼성차 법정관리와 대우그룹 사태에 따른 불똥으로 하반기 경영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미래상환 능력에 따른 엄격한 자산분류 기준이 도입되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특히 정상화의 유일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본증자도 여의치 않아 정부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물론 정부와의 약속 불이행시 제재를 그대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이들 은행은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으면서 분기 및 연도별 경영정상화 계획을 세워 놓고 목표에 미달할 땐 임원문책, 자본변경, 점포·조직의 폐쇄·통합 또는 신설제한, 자회사정리 등의 고강도 문책을 받기로 약속한 상태.
조건부 승인 은행들의 어려움은 이미 상반기 재무상황, 특히 부실여신비율에서도 드러났다.
한빛은행의 경우 삼성차의 부실여신 부분을 상반기에 넣기로 함에따라 지난 6월 말 현재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5.6%로 정부와 약속한 5.5%를 넘어섰다. 한빛은행은 이에 따라 삼성차 법정관리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점을 감안해줄 것을 금감위에 요청해 놓았다.
은행측은 또 연말 결산에서 당초 예상을 밑도는 2,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결산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빛측은 그러나 하반기 2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여신을 처리하면 목표한 3.0%의 부실여신비율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2,000억원의 적자가 나더라도 지난해 발생한 2,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감안하면 불입자본금의 자본잠식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빛은행은 그나마 「헐값 논란」에도 불구, 10억달러 규모의 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나머지 조건부 승인 은행들은 이마저도 불투명한 입장이다. 당장 조흥·외환은행이 하반기 대규모 DR 발행을 계획 중이지만 한빛은행의 전례로 볼 때 그리 녹록치만은 않을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짐작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강원은행과의 합병이 마무리된 후 정부에 9월 중 이행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방침이지만 현 상황에선 정부와 약속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지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조흥은행은 특히 정부와 올 6월 말 이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 본비율을 10% 이상 유지토록 한데다 연말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한빛보다 오히려 높은 4%로 책정, DR 발행이 실패할 경우 정부의 문책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외환은행도 마찬가지다.
현재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평화은행은 더욱 다급한 처지. 대우에 적지않은 금액(1,800억원 규모)을 물려 다급한 처지인 평화은행은 현재의 은행 상황으로는 DR 발행은 물론 증자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예금담보 대출 등을 빼면 충당금을 쌓아야 할 대상여신은 6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재로선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김영기 기자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