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 드라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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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된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아무리 작은 중소기업이라 해도 선진국 시장에서 인정 받는 게 불가능한 일이 절대 아닙니다."
필립스ㆍ브라운 등 쟁쟁한 선진국 메이커들을 제치고 국내 헤어 드라이어 시장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닉스전자의 이충구(65) 회장. 그 동안 이 회사가 시장에 내놓은 헤어 드라이어기는 2,450만대로 이를 한 줄로 쌓으면 8,848m인 에베레스트산을 852번 오를 수 있는 높이고, 450km인 서울과 부산을 열 번 왕복할 수 있는 규모다.
창사 이래 단 한번의 적자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한 유닉스전자는 헤어 드라이어기 하나만으로 지난해 3,660만 달러의 수출을 달성,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콘에어', 이탈리아의 '파룩스'에 이은 세계 3위의 실적이다.
70년대 중반, 헤어 드라이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국내 시장은 대부분은 일본제품이 점령하고 있었고 그나마 연탄 집게에 불을 가해 사용하는 원시적인 열 고데기가 대부분이었다.
호남전기에서 상무이사로 근무하던 이 회장은 일본 출장을 다니다 헤어 드라이어에 브러시가 달린 일명 '꾸루꾸루'라는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사실에 착안, 헤어 드라이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다.
그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급증하면 헤어 드라이어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감(感)'을 믿은 그는 지난 78년 자본금 1,000만원을 갖고 유닉스전자를 세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우리 손으로 만든 토종 헤어 드라이어를 선보였다.
유닉스가 만든 헤어 드라이어 제품은 급속도로 시장을 파고 들면서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하며 일본 제품을 앞질렀고, 동시에 국내에는 20여개 가까운 후발업체들이 생겨나면서 '개척자' 역할도 톡톡히 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8년여전 이 회장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본사 5층에 연구소를 별도로 마련, 4명의 석ㆍ박사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수출할 만한 제품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마침내 국내 최초로 머리결의 손상을 줄이고 정전기를 방지하는 효과를 내는 음이온 드라이어를 개발, 연간 120만개 판매 기록을 세우며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곧 이어 선보인 95% 이상 전자파를 차단하는 '제로파' 헤어 드라이어로 해외 5개국에서 국제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특히 전자파 차단 헤어 드라이어 덕분에 세계 최대의 이미용 유통업체인 미국의 훠룩 시스템(Farouk System)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지난 2002년 5만 2,000대(약 120만 달러 규모)를 주문 받고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제작 공정에서의 실수로 클레임을 받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고민끝에 이 회장은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2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 회장은 "불량이 있는 제품만 보수해주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사업에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판단,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위기'는 또다른 기회를 낳았다. 그로부터 2년뒤 이 회장의 신용을 높이 산 훠룩과 2,0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은 물론 1,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세계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당시 투자 유치 조인식 자리에서 훠룩 회장이 유닉스의 기술력을 미항공우주국(NASA) 수준에 버금간다고 극찬했을 때 그 감격은 이루 말 할 수 없다"면서 "헤어 드라이어 시장에 처음 발을 내딛고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나의 신념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만감이 교차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유닉스전자는 훠룩 시스템과 합작투자 형태로 해외시장을 공동 브랜드인 'CHI'로 공략하고 있다.
청소기등 사업다각화·해외진출 주력
● 유닉스전자의 경영계획
"사업다각화와 해외시장 개척은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 두 마리 토끼 모두 잡겠다"
생활가전 전문업체를 표방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선 유닉스전자는 최근 스팀진공청소기 '래픽스 투인원'을 출시했다. 이는 기존 스팀청소기에서 한 단계 기능을 높여 진공청소와 스팀청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체형 제품.
특히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여 강렬한 붉은 색상과 스포티한 모양으로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 지금까지 1만7,000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이 살아 남는 길은 해외시장 개척과 사업 다각화뿐"이라면서 "안으로는 생활가전 전문업체로서 입지를 다지고, 밖으로는 브라질과 미국에 헤어드라이어 공장을 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