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성을 강조하는 낭만주의와 객관성을 강조하는 과학은 서로 적대적인 개념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래서 18세기 낭만주의 시대하면 문학이나 미술, 음악 같은 예술적 성취를 떠올린다. 그러나 낭만주의시대는 2차 과학혁명의 시대이기도 했다. 망원경과 화학마취 등 근대과학의 토대가 된 과학의 발견물들이 이 시기에 쏟아져 나왔다.
이 책은 직접 제작한 망원경을 통해 태양계의 대중적인 개념을 완전히 바꾼 윌리엄 허셜과 여동생 캐롤라인 허셜, 자신의 목숨을 건 실험으로 '화학마취'라는 신세계를 연 험프리 데이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 가장 오래 재임한 영국 왕립학회장으로 18세기 영국 과학 발전의 초석을 놓은 인류학자 겸 비교해부학자 조지프 뱅크스, 토머스 베도스, 마이클 래러데이 등의 얘기를 다룬다. 세계 과학사에서 빅토리아 시대에 이어 제2차 과학혁명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는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이끈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전기형식으로 조명한다. 그리고 이들의 발견과 발명에서 영감을 얻었던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에서 콜리지, 키츠 등 낭만주의 작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엮었다.
이 과정에서 과학이 경이감과 함께 두려움을 유발하지 않는가, 발견과 발명이 세상에 새로운 희망뿐 아니라 새로운 공포를 가져다 주지 않는가 등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환경이나 유전공학, 대체의학, 외계생명 등 현대 과학의 논쟁이 되고 있는 단초들을 던진다.
이 책은 젊은 시절 제임스 쿡 선장과 인데버호를 타고 세계일주 항해를 나서는 조지프 뱅크스를 '경이의 시대'시작이라고 본다. 그는 서른다섯 나이에 왕립학회장에 선출된 후 40년이 넘게 식물학, 인류학, 비교해부학 등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낭만주의 시대 영국 과학계의 발전에 주도적인 영향을 끼쳤다.
천왕성 발견으로 태양계에 대한 인식을 바꾼 윌리엄 허셜은 스물일곱 살 때부터 천문 관측 일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차 태양계 너머 머나먼 곳까지 관심을 가져 금속거울 주조와 반사망원경 제작에 도전, 탁월한 품질과 집광력을 갖춘 망원경을 완성한다. 그는 자신의 망원경을 이용해 인류에게 알려진 성운의 개수를 100개에서 1,000개 이상으로 열 배 이상 늘렸다. 허셜의 연구는 거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의 세계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우주관의 확장 계기가 되었고, 키츠나 바이런 같은 낭만주의 작가의 세계관에도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제2차 과학혁명 주역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강력하게 심지어 무모하게 자기 삶을 바쳤다"고 분석한다. 3만5,000원. /정승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