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년 만에 최대 흑자를 낸 반도체 부문의 성과에 힘입어 완만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S6를 앞세운 IT·모바일(IM)부문은 예상 밖 판매 부진에 제자리걸음을 나타냈고 TV·냉장고 등 소비자가전(CE)부문은 석 달 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서 체면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8월 출시하는 갤럭시노트5와 삼성페이(9월 서비스 예정), 3세대 V낸드 반도체(10월 양산 예정) 등 이른바 '트리플 무기'를 앞세워 하반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이달 초 발표한 잠정 실적과 같은 수치다. 매출은 48조5,400억원을 나타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3%, 15%씩 늘어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영업익 역대 2위=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익은 당초 시장의 예상치인 8조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만은 눈부신 상승세를 보이며 삼성전자 실적을 이끌었다.
반도체 부문의 2·4분기 영업이익은 3조4,000억원으로 2010년 3·4분기(3조4,200억원) 이후 5년여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또한 반도체 부문 매출은 11조2,9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기존 최대치였던 10조6,600억원의 기록을 경신하며 11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통상 2·4분기는 메모리 반도체의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모바일·서버 분야에 쓰이는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14나노 모바일AP의 매출이 늘었고 고화소 이미지센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DDI 등의 판매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만년 적자를 내던 시스템LSI 부문은 2·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백지호 삼성전자 전무는 이날 "3세대(48단) V낸드를 늦어도 10월에 내놓고 경쟁 우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가전 제자리걸음=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과 TV 등을 담당하는 CE부문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2·4분기 IM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7,6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초 3조원을 가볍게 넘길 것으로 예상됐던 IM부문의 영업익은 갤럭시S6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냈다. 초반 생산이 원활하지 않았던 갤럭시S6 엣지로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에 애를 먹었고 크게 늘어난 마케팅 비용도 결과적으로 영업익을 끌어내렸다.
올 1·4분기 적자를 냈던 CE부문은 2·4분기 들어 영업익 2,1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SUHD TV와 셰프컬렉션 냉장고, 액티브워시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이 선진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린 덕분이다.
◇삼성페이 앞세워 반격=하반기 삼성전자의 실적은 IM부문의 행보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등 시장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IM부문이 준비하고 있는 회심의 반격 카드는 9월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삼성페이다. 이는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스마트폰 안에 심는 기술로 경쟁 서비스인 애플페이 등보다 간편해 시장의 호응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에 대응해 8월 중순 조기 출시되는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6 엣지 플러스 등도 비장의 무기다. 삼성은 보통 9월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하는 관례가 있었으나 올해는 판매 시기를 한 달 앞당겨 애플의 대화면 스마트폰에 정면 대응하기로 했다.
박진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갤럭시S6의 엣지 공급 이슈는 이미 해소했으며 하반기에는 탄력적인 가격 운용과 대화면 신모델 출시 등을 통해 하이엔드 스마트폰 판매를 견조하게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