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과 관련해 노사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던 기존 입장을 바꿨다. 외환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하나금융지주와의 노사합의에 계속 딴죽을 걸자 조기통합 신청이 있을 경우 승인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나·외환 조기통합이 늦춰진 데는 금융위의 책임이 크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해 7월 조기통합 추진 의사를 밝히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나금융이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해주기로 외환 노조와 합의했던 만큼 타당한 측면이 있다. 노동계와 정치권에 대한 금융노조의 힘이 상당한 만큼 정치권 눈치보기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외환 조기통합은 기본적으로 저성장·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이 줄어드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노사가 자율로 결정할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금융위도 2016년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통합을 서둘러야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다른 은행으로 주거래계좌를 옮기면 연결된 급여이체 등까지 자동 이전되는 계좌이동제에 대응하려면 하나·외환 전산통합이 필요한데 한 은행이 되지 않으면 고객정보보호법에 걸려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결국 조기통합에 반대해온 외환 노조가 무리한 요구로 시간을 끌 수 있는 빌미가 됐다. 반면 하나금융에는 노조의 사인 없는 조기통합 승인신청을 몇 차례 포기하게 만들고 올해 2월1일로 잡았던 합병기일을 3월1일로 또다시 늦추게 한 '악성 규제'가 됐다. 금융위는 이제라도 보신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이라도 합병승인 신청을 접수하고 3월1일 통합은행 출범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핀테크 등 금융혁신과 미래 먹거리에 대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