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매력 따른 반등…추세 전환 가능성 낮아” 애플과 IBM이 2ㆍ4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IT주들의 반등에 힘 입어 국내 IT주가 차기 주도주로 떠오르게 될 지 여부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ㆍ4분기 실적 개선을 확인하기 전까진 국내 IT주의 본격적인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3.41% 상승한 것을 비롯해 삼성SDI(7.06%), LG디스플레이(4.80%), 하이닉스(3.64%), 삼성전기(3.17%), LG전자(1.95%) 등 대부분의 대형 IT주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기ㆍ전자업종지수도 3.39%나 올라 전체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날 IT주의 선전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전일보다 24.74포인트(1.16%) 상승한 2,154.9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IT주가 동반 강세를 보인 것은 전일 글로벌 IT기업인 애플과 IBM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깜짝실적 발표에 투신(813억원), 기금(646억원), 기타 법인(917억원) 등 국내 기관은 총 2,103억원을 전기ㆍ전자업종을 사들이는 데 쏟아 부었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IT업종의 비수기로 꼽히는 2ㆍ4분기에 IBM과 애플이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IT제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며 “국내 IT 관련주들의 경우 뚜렷한 실적 개선은 없지만 연말로 갈수록 실적모멘텀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저가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이 오르면 삼성전자가 오르고 인텔이 오르면 하이닉스가 오르는 과거의 ‘IT주 동조화’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에는 글로벌 IT기업의 주가가 유사한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인문학적인 코드를 결합한 IT기업의 주가가 강세인 반면 하드웨어에 집중한 기업들은 부진한 상황”이라며 “애플의 깜짝 실적 발표는 급락한 국내 IT주들의 기술적 반등의 계기는 될 수 있지만 추세적인 상승을 이끌지는 못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선진국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하드웨어 기반의 국내 IT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성장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IT기업들의 주가가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 팀장은 “국내 IT 관련주들의 주가가 연초 이후 억눌리면서 단기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내 IT기업들이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가려면 선진국 경기 반등으로 IT제품 수요가 급증하거나 획기적인 제품 출시로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IT업체들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 발표를 이어가고 있지만 본격적인 업황 개선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 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이 IT기업들의 실적을 보수적으로 전망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기업이 시장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며 "4~5월까지 실적 기대감이 고조됐던 한국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