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4월 27일] 신용평가사 개혁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다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가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에 일조한 신용평가사들의 그간 행적을 낱낱이 공개한 것이다. 조사위원회의 문건은 신용평가사들이 모기지담보증권(MBS) 등을 발행한 대형 은행들을 어떻게 도와줬는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평가사들은 대형 은행들의 MBS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 큰 수익을 올렸다. 평가사들은 때로 신용평가 방법에 손을 대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신용평가 업계는 정부의 승인제와 평가 대상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수익모델 덕분에 소수 독점체제를 견고히 하고 있다. 평가사들은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기업들의 자본시장 진출에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있다. 평가사들은 시장에 높은 등급의 신용평가를 얼마나 많이 내리느냐에 수익성이 달려 있다. 기업 간 계약에서도 신용등급이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되면서 평가사들이 실제 수준보다 높은 등급을 부여하려는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 평가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실제 그리스를 보면 신용평가의 부정확함이 드러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지만 A3로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스가 지난주 국가부도를 우려해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신용평가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평가 대상이 비용을 내는 수익 모델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신용평가 실시 비용을 내는 모델이 바람직하다. 신용평가의 정확함을 누구보다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 모델의 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신용평가 업계의 문턱을 낮춰 많은 평가사들이 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신용평가사의 설립규정 요건 등을 완화해 수를 늘림으로써 기존 업체들의 과점체제를 깨뜨려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자본시장 게이트키퍼 역할도 축소될 것이다. 신용평가 과정이 더욱 투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평가사들은 신용평가 방법을 공개하고 각종 공개된 정보를 의사결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투자자들이 신용평가 과정을 지켜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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