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가 유럽연합(EU) 측에 제시한 상품의 관세양허(개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쟁점으로 부상하지 않고 있지만 돼지고기는 또 다른 부처 갈등의 씨앗이 될 전망이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19일 “돼지고기는 현재 미분류(undefiend) 품목에 들어가 있지만 이를 놓고 외교부와 농림부는 서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림부의 경우 돼지고기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시키거나 설령 관세를 철폐한다 하더라도 10년 초과를 바라고 있다.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고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될 가능성이 농후한 마당에 돼지고기 시장까지 무관세로 개방될 경우 국내 ‘낙농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협상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돼지고기의 경우 퀄리티(질)보다는 가격을 더 보는 게 시장의 여건”이라며 “현재의 관세율 25%가 사라질 경우 낙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뻔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외교부의 생각은 다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경우 EU가 매우 중시여기는 농산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는 미분류 상품으로 돼 있지만 협상과정에서 개방 시기를 앞당기자는 요구를 해올 게 뻔하다는 것. 이 같은 배경에서 개방시기를 앞당기는 쪽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김한수 우리 측 수석대표는 3일째 협상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EU 측은 우리가 기타품목으로 분류한 250개 품목에 대해 관세율 인하 및 관세철폐 기간 등을 명확히 해 양허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돼지고기ㆍ닭고기가 EU 측의 관심 분야인데 이것이 양허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더 나아가 “삼겹살이나 닭다리는 자급률이 80%대이기 때문에 개방된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 농민이나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해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개방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돼지고기를 둘러싼 외교부와 농림부의 이 같은 인식 차이는 현재까지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 물론 관세 양허안을 교환할 때도 외교ㆍ농림부는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입장 차이가 줄지 않으면서 결국 관세철폐시한을 못 박지 않는 250개 ‘미분류’상품으로 분류, 양허안을 교환했다는 게 협상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EU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돈육ㆍ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 인하 압력은 거셀 것”이라며 “여기에다 농산물 수출국인 동유럽회원국들의 새로운 개방 압력도 예상된다며 일부 농산물 쟁점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돼지고기의 경우 관세가 25%, 치즈 등은 36%의 관세가 붙어 있고 우리 측은 지난 6일 양허안을 교환하면서 농수산물 대부분을 관세철폐시한을 못 박지 않는 250개의 미분류로 남겨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