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 급등으로 귀금속 상가에서 금 거래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하며 썰렁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8일 집안에 있는 금 제품을 갖고 나온 몇몇 시민들이 종로 인근의 잡금 전문 교환점에서 현금화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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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금값이 치솟다 보니 예물 비용을 줄여야 할지 고민이에요.”
8일 오전 종로4가의 한 귀금속 매장.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한모(30)씨는 평소 눈여겨봐둔 예물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푸념하듯 내뱉다 그냥 매장 문을 나섰다.
가을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결혼 시즌이 시작됐지만 종로 귀금속 상가는 예년 이맘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전반적인 경기불황 여파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제품을 살펴보며 시세를 물어보는 손님들이 간혹 눈에 띄기는 했지만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매장 주인들은 “거래가 좀 있느냐”는 물음에 “개시도 못했다”고 손사래를 치며 불황에 따른 짜증 섞인 속내를 드러냈다. 상인들은 인터넷으로 환율이나 금값 동향 관련 뉴스를 보거나 서로 잡담을 나누며 무료함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순금당을 운영하는 염승진(49)씨는 “전날보다도 만원이 더 올랐다”며 “금값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경우가 있을까 싶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 9월만해도 순금 3.75g당(1돈) 도매가 10만원 정도이던 가격은 이달 들어 13만5,000원까지 솟구쳤다. 불과 한달 만에 30% 이상 상승한 것이다. 부가세를 포함한 소매가는 15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시장에서의 금값도 요동치고 있다. 금값은 전날 4% 폭등한 데 이어 이날도 2%가량 올랐다. 12월 인도분 금값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5.80달러(1.8%) 오른 온스(28.35g)당 882달러에 거래됐다. 전날과 이날 2거래일 동안 무려 50달러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예물을 아예 하지 않거나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다음달 결혼 예정인 이모(33)씨는 “금값 상승으로 예물비용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아 예물을 아예 간소하게 줄이는 대신 양가 부모님께 선물을 사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염씨는 “요즘에는 신혼부부의 경우에도 예물을 대부분 간단하게 하는 추세”라며 “가을철에 연간 매출의 40% 정도가 몰리는데 지난해 이맘 때보다 10% 이상 떨어진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금값 상승으로 실제 마진은 더욱 낮아져 체감 정도는 그 이상이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금 도매 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 성금당 박현용(38)씨도 “금값이 너무 많이 올라 시장수요가 줄면서 관련 종사자들 걱정이 태산”이라며 “돌 반지나 행운의 열쇠 등 금 관련 상품을 찾는 수요가 거의 실종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와 증시추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안전자산 수단이나 투자처로 금의 인기가 높아져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지만 실제 활발한 매입ㆍ매도로는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골든타워 박모(58)씨는 “집에 있는 금을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에 서너통씩 오기는 한다”고 말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더러 집안에 있는 금을 갖고 나와 파는 경우는 있지만 투자 차원에서 금을 매입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귀금속 상인들도 하루 이틀 정도 거래할 분량을 갖고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