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2차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2위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영국기업 역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하는 등 유럽 은행들의 실적악화 경고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발표된 RBS의 지난해 실적(280억 파운드ㆍ405억 달러 손실)은 유럽 증시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날 런던증권거래소에서 RBS의 주가는 67% 폭락,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이즈뱅킹그룹이 34%, 스탠다드차터드(SC)가 8.1%, HSBC가 6.5% 급락하는 등 금융관련 주식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프랑스에서도 BNP파리바가 6% 급락했으며 소시에테제네랄(SG)이 10% 이상 폭락했다. 이는 금융기관 부실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잇달아 밝힌 추가 구제금융방안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구제방안은 은행 국유화가 골자란 점에서 경영권을 정부에 넘겨주고 생명 줄을 유지해야 하는 민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지난해 미 행정부가 양대 모기지 업체인 페니 매, 프레디 맥에 대한 국유화 방침을 밝혔을 때도 두 기관의 주가는 모두 폭락했었다. 이날 영국 정부는 은행권의 부실자산에 대해 90%까지 보증하고 시장에서 직접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등의 초 강력 구제금융방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들였던 RBS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RBS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영국 정부의 지분은 58%에서 70%로 늘어난다. 사실상 은행 국유화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