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부터 중국 위안화에 직접 투자한다.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한은이 이머징 국가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지난 1950년 창립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17일 한은 고위관계자는 "최근 신청한 중국 적격 외국인기관투자가(QF II) 자격이 승인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중국 위안화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ㆍ유럽연합(EU)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중국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 위안화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지난달 외환위기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 투자를 재개한 데 이어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는 수순"이라며 "현재 아시아본드펀드(ABF)에 자금을 투입해 위안화에 간접투자하고 있지만 투자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은은 조만간 상하이에도 사무소를 내고 주재원 2명을 파견하는 등 중국 유가증권 시장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3,110억달러로 이중 달러 비중이 63.7%에 달한다. 한은은 연말 연차보고서를 통해 외환보유액 투자현황을 발표하지만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 투자비중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980~1990년대 70%를 크게 상회했던 외환보유액 달러 비중이 63%로 줄어든 데 이어 앞으로 한은의 외환다변화 전략이 속도를 낼 경우 달러투자비중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한은이 중국 위안화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데는 ▦중국 국채 수익률 상승 ▦위안화 가치 절상 ▦자본규제 완화 기대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위안화 위상 제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미국과 EU의 기준금리가 성장률 둔화로 0%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중국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기조다. 한은의 위안화 투자 결정을 시의적절한 조치로 본다"면서 "위안화는 달러 대비 평가 절상될 여지가 많아 투자처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