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낙관적인 경기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금통위원이 공개석상에서 한은 총재의 경기전망과 전혀 다른 견해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28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경기가 아직 침체기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회복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거품의 후유증이 숙취처럼 오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요 국가의 정책은 숙취를 해장술로 넘어가려는 노력이나 다름없다"며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위원은 사견임을 밝혔지만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총재가 잇따라 낙관적 경기전망을 내놓은 것을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하 위원은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도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환율전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해외의존도가 세계 1~2위인 우리나라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하 위원은 "과도한 가계부채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경기활력과 회복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그나마 물가가 안정적이지만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불안 요인이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천수답 같은 원화와 외환시장이 원인이었다"라며 "최근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등 외환규제에 나서며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해 외국자금의 과도한 유출입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