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변해야 산다」「현실의 틀을 뛰어 넘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자」「벽을 깨뜨리자」「새바람 새다짐 재도약」진부한 캠페인 구호가 아니다. 가정에서 쉽게 접하는 TV나 신문광고의 문안들이다. 물론 공익광고는 아니다.
주류업체, 전자업체등 일반 회사 광고다. 공통점은 「변하자」「바꾸자」. 요즘 광고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마디로 개혁하자는 이야기다.
IMF 체제에 접어든 지 1년. 온 나라가 개혁의 물결로 출렁거리고 있다. 정치, 금융, 재벌, 교육, 방송등 각 분야에서 거센 변화의 흐름이 느껴진다.
광고 역시 이 흐름을 역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아니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광고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SK의 청소년 캠페인 2탄 「상상력-이상협편」을 보면 그런 의도가 뚜렷하다. 「패기-서울대 야구부편」속편인 이 광고엔 19살의 고졸출신으로 유명 컴퓨터프로그래머가 된 이상협군이 등장해 교육의 변화를 역설한다.
초등학교 시절 지진아로 통했지만 10살때 처음 컴퓨터를 만난 뒤 컴퓨터광이 되었고, 고등학교때 전교4등과 반 46등을 넘나들었던 일.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대학을 가라던 어머니의 고집을 3년의 전쟁끝에 꺾고 과기대 특례 입학마저도 포기한 경험 등. 이 모든 게 「다른 사람과는 다른 생각」「현실의 틀을 넘는 자유로운 생각」즉, 상상력 덕분이라고 밝힌다.
SK측은 『상상력과 패기는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어려운 이 나라가 아픔을 딛고 도약하는데 필요한 국민적 힘』이라며 『우리의 교육은 입시위주의 암기식에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광고제작사인 제일기획은 「프로정신-자신만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아카데미즘-끝없는 호기심으로 세상을 보는 것」등 후속탄도 준비중이다.
SK계열사인 SK텔레콤도 비슷한 이야기를 기업PR 광고로 풀어내며 그룹광고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SK텔레콤의 기업PR 캠페인은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학교폭력을 예방, 청소년들에게 학교 나아가 사회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부모와 자녀의 마음이 통하고, 선생님과 학생의 마음이 통하고, 사회와 사회 구성원의 마음이 서로 통할 수 있을 때 진정 청소년 폭력은 예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어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LG의 전자소그룹의 공동광고 화두 역시 변화와 개혁. LG전자, LG정보통신, LG반도체, LG전선 등은 미래의 신기술인 디지털 기술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와 함께 미래에 대한 변화와 개혁을 3편의 시리즈로 전하고 있다. 「LG의 디지털 기술, 그것은 무한한 가능입니다」라는 헤드카피로 시작하는 1편은 어린이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즐거운 상상을 멋진 현실로」라는 주제의 2편은 상상력이 곧 현실로 변화되는 세계를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현대그룹 또한 인쇄광고를 통해 『우리 경제 재도약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며 『새바람 새다짐으로 재도약을 일궈내자』고 강조하고 나섰다. 『6.25 이후 최대 난국이라는 IMF시대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개혁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광고의 한 구절이 전혀 낯설지 않다.
기업이미지 광고외에 아파트, 소주, 우유등 제품 광고에도 이같은 변화의 욕구가 투영되고 있다.
「지상에 차가 없는 아파트」라는 신개념의 대상타운 현대아파트 광고도 고정관념을 깨면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광고에는 터부시 됐던 해머의 등장도 새롭지만 해머로 벽을 깨는 주부의 모습은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개혁을 갈망하는 우리의 욕구를 해소시켜주고 있다. 옛 것을 허물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취하자는 뜻. 특히 창조속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부의 이미지가 새로운 주부의 상(像)으로 다가온다.
「부드럽게 변해야 산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그린소주와 「새벽정신」을 강조한 매일우유 광고 역시 같은 부류. 그린소주는 『세상 살 맛이 안난다며 소주까지 인상쓰면서 마셔야 되겠냐』며 『우리 서로 부드럽게 살자』는 캠페인성 광고를 선보이고 있고, 매일우유는 『저마다 우리 제품이 최고라고 부르짖지만 새벽부터 땀을 흘리는 새벽정신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정신』이라고 말한다. 두 광고 모두 변화의 당위성을 함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