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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안모(29)씨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오피스텔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5만원의 조건으로 계약했다. 대학원생이 매달 월세를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지인으로부터 숙박공유사이트인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하면 오히려 수익을 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안씨는 오피스텔을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숙박비를 받고 제공하면서 방이 비는 날에는 자신의 작업실로 이용할 계획이다.
오피스텔이 최근 몇 년 동안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인 가운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임대 방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숙박공유사이트인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 숫자가 서울에서만 1,500여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대가 517개로 가장 많고 종로(497개), 이태원(155개) 등 서울 주요 지역마다 100여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에어비앤비는 남는 방을 여행객들을 위해 서로 공유해 빌려준다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사이트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오피스텔을 임차해 여행객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의 수익사업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홍대 주변에서 오피스텔 한 채를 임차해 운영하고 있는 정모(33)씨는 "인터넷으로 숙박객을 받고 청소업체에 관리를 맡겨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아직 한 채만 운영하고 있어 용돈 벌이 수준이지만 오피스텔 서너 채를 빌려서 매달 300만~4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을 월세로 빌려 일세(日貰)로 운영하는 사례를 넘어 아예 몇 시간 단위로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프러포즈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내부를 꾸미고 몇 시간 동안 빌려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용 오피스텔이다. 1시간 30분가량 빌리는 데 30만~4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주말 시간대에는 몇 주 전에 이미 예약이 차버릴 정도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오피스텔 수익사업이 상당수 무등록 상태에서 이뤄지다 보니 과세 사각지대로 방치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우선 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기 위해서는 서울시에 도시민박업 등록을 해야 하는데 오피스텔은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도시민박업 등록 대상이 아파트나 단독주택, 다세대·다가구·연립 중 집주인이 거주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오피스텔은 아예 해당되지 않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도시민박 등록시설은 522개소(1,656실)다.
이벤트용 오피스텔 역시 영업신고를 한 상태에서 운영되는 곳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이용해 변종 영업하는 곳의 숫자도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별도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기준 등도 지킬 필요가 없다.
서울시 관광산업지원팀 관계자는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관광경찰이 합동으로 단속에 나선 뒤 고발 조치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무등록 영업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