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재심의” 대세 입장차엔 변화없어/서로 소신있는 양보 안해/또 ‘대선운동’ 빌미 우려휴회중인 정기국회를 다시 열어 금융개혁법안의 조기 입법화를 추진하자는 주장이 각 당에서 나오고 있어 올해내에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회 재심의를 주장하고 있는 각 당의 입장이 금융개혁법안을 무산시키던 당시와 별차이가 없어 정치권이 금융개혁법안을 볼모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각 당은 금융개혁법안 통과 불발에 따른 따가운 여론의 질책과 최근의 환율폭등·주가폭락 등 금융대란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의식, 국회가 휴회에 들어간 지난 19일부터 금융개혁법안의 재처리를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물론 20일 현재 각 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한국은행법·금융감독기구 관련법 등 2개 핵심법안을 포함, 13개 법안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신한국당측과 두개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단기금융개혁과제 11개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국민회의 및 자민련의 입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한국당은 오는 24일 국회 재경위를 개최해 금융개혁법안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당내 의견을 수렴, 추진하고 있다. 국민회의도 19일 김대중 총재가 『국회를 다시 열어 금융감독기구 통합과 관련 없는 단기금융개혁 관련 11개 법안을 처리하자』고 말해 국회에서 금융개혁법안을 재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따라서 법안 통과는 단정할 수 없지만 각당이 국회를 다시 열어 금융개혁법안을 재심의할 가능성은 높다.
그리고 정치외적인 변수들, 즉 교체된 림창렬 경제팀의 금융시장안정대책 발표에도 불구, 환율폭등 등 외환위기·금융위기가 장기화 될 경우 정치권은 어떻게 해서든지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신한국당은 『13개 법안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일괄 처리하는 것이 정도』(이해구 정책위의장)라는 기본방침 속에서 새 경제팀의 개혁법안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있다면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야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야당측이 주장하는대로 11개 법안의 선별처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금융개혁법안 처리에 대해서 확답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황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목요상 총무는 『금융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회가 금융개혁법안 처리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면서 『새 경제팀이 내놓는 처방을 지켜본 뒤 수습이 안되면 총무회담을 제의, 회기내 처리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측이 불참한 상태에서 표결, 강행처리를 한다는데는 정치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회의측도 그동안의 주장에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11개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속개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대기업의 연쇄부도, 금융불안심화 환율급등은 한은법 개정 및 금융감독기구 통합 등과 무관하기 때문에 2개 핵심법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급을 요하는 11개 법안을 처리한 뒤 나머지 핵심법안은 차기정부에서 처리하고 11개 법안은 이에 맞춰 수정하는 수순이라는 당론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회의측은 경제팀 경질에 따른 정부측의 입장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강경식 장관때와 달리 임창렬 장관은 적어도 한국은행법은 처리하지 않으려 할 것』(김원길 정책위의장)이라는 게 11개 법안을 다시 들고 나온 배경이다.
여기에 국민신당은 신한국당측과 입장이 같은 상태고 자민련은 국민회의와 정책공조를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이 금융개혁법안 통과 불발의 여론 비난에 대한 면제부용로 국회 재처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어느 쪽도 먼저 소신있는 양보를 하지 않는 강경 입장속에서 「정치적 선전」에만 급급하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양측이 정치적 협상을 통해 금융개혁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넘어갈 경우 『「관속의 시신」(금융개혁법안)을 다시 끌어내 선거운동을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온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