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중심국이 되자] 3. 15억 인구가 뛴다

'투자독식' 중국 맞서 인프라 구축 힘써야15억 인구가 뛰고 있다. 이른바 중화경제권이다. 홍콩과 싱가포르ㆍ타이완은 편안한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역시 나라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유의 근면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21세기=동북아의 시대'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배경도 이런 연유에서다. 동북아 경제의 역동성은 우선 가일층 선진화하고 있는 항만시설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75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항구로 세계 10대항에 포함된 항구는 홍콩과 일본 고베항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위부터 5위까지를 홍콩ㆍ싱가포르ㆍ카오슝ㆍ부산ㆍ상하이가 휩쓸었다. 모두 동북아 지역에 있는 항구들이다. 중국을 축으로 한 경제의 역동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ㆍ태평양 항로가 차지하는 물동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 물동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는 2006년께는 그 비중이 3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허브 인프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항을 현재 규모에서 세배로 확장해 세계 최대 항만으로 건설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역시 인공성을 조성해 고베항을 복합다기능 항만으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ㆍ싱가포르와 같은 기존의 강자들도 마찬가지다. 홍콩은 현재 26척의 선박을 수용할 있는 항만시설을 49선석으로 늘릴 계획이다. 싱가포르도 37선석을 76선석으로, 타이완의 카오슝항도 27선석을 50선석으로 접안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허브 공항 건설도 한창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홍콩의 첵랍콕이 대규모 확장공사를 마무리했고 일본 간사이공항도 155만평 부지를 393만평으로, 상하이 푸둥공항은 287만평에서 969만평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로 거듭나려는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 금융과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자는 경쟁대열은 한참 앞서나간 홍콩ㆍ싱가포르의 뒤를 상하이와 타이페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각국이 이처럼 대규모 공항과 항구를 건설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것은 동북아 경제의 성장속도가 그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국은 블랙홀처럼 세계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여기에 대비하지 않고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올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중국 국가계획위원회의 전망은 '블랙홀 중국'을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다. 우리나라도 150억달러 이상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동북아시아 전체가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인구대국인 중국과 제조업ㆍ기술대국인 일본, 신흥공업국의 대표주자격인 한국과 타이완, 동러시아(시베리아)의 천연자원이 어우러진 동북아 경제권은 바야흐로 미국과 유럽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역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 서부대개발의 효과가 가시화하고 상대적으로 발전단계가 낮은 베이징 이북 동북부 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경우 물류와 서비스산업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한경쟁은 우리에게 그만큼 위험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접근하면 기회가 된다. 지만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시아 각국의 경쟁은 시작 단계인 중국의 서비스ㆍ물류ㆍ금융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는 경쟁"이라며 "지리적 이점을 살린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성장과실을 국내에 남기기 위해 상하이항을 개발할 계획이지만 현재 물류 코스트가 상하이~베이징보다 인천~베이징이 더 싸다는 점은 한국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 연구원은 "결국 제조업 성장률에서 더이상 중국을 앞설 수 없다면 이제 눈길을 돌려 한단계 높은 지식ㆍ서비스산업을 서둘러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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