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근로자들이 울산5공장에서 제네시스를 조립하고 있다. 자료제공=현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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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의 빠른 노화에 따른 근로자들의 대량정년 사태는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과 맞물려 이미 예고된 것이다.
특히 울산과 포항 등 국내 대표 기업도시들이 빠르게 노화되는 것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자들의 대량퇴직은 개인이나 기업ㆍ사회ㆍ국가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커 경제주체들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노화사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산업수도로 불리는 울산 대기업들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세계 1위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정년퇴직자가 최대 1,000명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950명의 정년퇴직자를 배출했다. 현대중공업의 정년은 만 58세다.
현대중공업이 정년퇴직자 수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꾸준히 600명선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는 갑자기 정년퇴직자 수가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근로자 평균 연령이 만 48세인 점을 감안하면 오는 2014년에는 1,200명, 2016년에는 1,500명선에 달하는 등 정년퇴직자 수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올해 현대자동차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만43세로 여타 기업들에 비하면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3년까지만 해도 38세에 불과했던 근로자 평균 연령이 불과 8년도 채 안 돼 5세나 높아졌다. 급속한 고령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만 58세인 정년퇴직자 수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정년퇴직자 수는 230명이었고 올해는 299명이 정년퇴직한다. 하지만 이 회사도 올해 300명선을 기점으로 2012년에는 344명, 2014년 512명, 2016년 756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6년에는 1,021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에너지의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역시 고령화로 진입 중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사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44세로 현대자동차보다는 높고 현대중공업보다는 4세 정도 낮다. 정년이 60세인 이 회사의 정년퇴직자 수는 향후 3~4년까지는 10명 내외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정년퇴직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하는 2016년쯤이면 이 회사의 정년퇴직자 수가 연간 최대 100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하고 있다. 정년퇴직자 수가 5년 후부터는 많게는 10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 붐' 세대에 속하는 울산 지역 50~54세 고용인구는 2000년 2만9,000명이던 것이 2009년에는 무려 6만3,000여명으로 급증했다. 또 55~59세는 1만8,000명에서 3만6,000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기업체 정년퇴직 연령이 55~59세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10년 내에 10만명 가까운 정년퇴직자가 양산된다는 분석이다.
포항에 있는 포스코도 현재 근로자 평균 연령이 만 44세로 고령화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종업원 수 1만7,000명선인 이 회사는 올해부터 2년 동안 정년이 1년씩 연장된 탓에 올해의 경우 정년퇴직자가 없다. 하지만 내년의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정년퇴직자가 6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5~6년 내에 정년퇴직자 1,000명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해당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고령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크게 고심하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정년퇴직자들에 대한 1년 재고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사측으로서는 정년 후 1년 재고용을 통해 이들이 그동안 갈고 닦았던 양질의 기술력을 활용하고 후배들에게 현장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정년퇴직자 950명 가운데 796명은 이 제도를 선택해 재고용됐다. 이들은 1년간 재고용을 통해 정년퇴직시 연봉의 80% 수준을 받게 되며 자녀학자금ㆍ휴가ㆍ귀향비 등 조합원으로서 받았던 복지혜택 대부분을 그대로 누리게 된다.
울산 시민연대의 한 관계자는 "울산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정년퇴직과 급격한 고령화 사회를 맞는 사회적 준비가 부족하다"며 "본격적인 대량 정년퇴직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한 진단과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의 41%가 50대로 구성돼 생산직 직원들의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50대 직원이 앞으로 8년 뒤에는 모두 퇴사해 생산직 직원의 절반이 퇴사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58세 정년퇴직 예정자가 원할 경우 1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 추가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1년 연장 이후에도 본인의 건강이 허락할 경우 중국 등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해 선박건조 전문인력이 해외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노령화에 대비해 회사 차원에서 이들 전문인력을 선박 건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