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때마다 중소기업은행은 빛을 발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에 은행권은 중소기업대출을 13조9,000억원이나 줄였다. 은행 역시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보니 중소기업의 대출을 회수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당시 중소기업은행은 6,000억원의 대출을 더 늘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2004년 카드 사태 때도 기업은행은 은행권 전체의 중소기업대출 순증액(5조9,000억원)의 74%인 4조4,000억원을 지원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2010년까지 중소기업은행은 17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은행권 전체 순증액(19조3,000억원)의 91%를 떠안았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가 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기업은행이 최근 들어 더욱 바빠졌다. 은행들의 중기대출 증가 규모가 지난해의 반토막으로 내려 앉은 탓이다(본지 6월13일자 10면 참조).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멀리 태국에서까지 중소기업대출 문제에 대한 걱정을 얘기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순간 중기대출의 첨병이라는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조 행장은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더 큰 먹구름이 오고 있다. 서서히 구름이 몰려들면 준비할 시간도 있겠지만 갑작스레 짙은 먹구름이 몰려와 큰 소나기가 내리면 피할 재간이 없다"면서 "지금은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체력을 키워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매듭지어진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 어떤 전망도 불투명한 게 현실"이라면서 "중소기업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에 중소기업지원을 확대하는 전략을 마련해뒀다. 조 행장은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가 더 둔화될 것이라고 판단, 미리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 실제로 1~5월까지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은 5조원이었는데 기업은행은 3조8,000억원이나 늘렸다. 은행권 순증액의 76.1%를 중소기업은행이 부담했다. 조 행장은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도 자금지원을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대출금리도 대폭 낮췄다. 이미 올해 초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최대 2%포인트 낮춰 최고금리를 12% 수준으로 맞췄다. 대출금리는 더 낮출 계획이다.
조 행장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추는 것을 임기 내에 꼭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세 하청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내년 말까지 최대 3.5%포인트 낮추는 등의 구체적인 플랜도 이미 세워뒀고 하반기께 발표할 예정이다. 영세하청기업의 대출금리를 더 낮춰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었다. 조 행장은 "한 대의 자동차에 부품이 2만5,000개 정도 들어가는데 이 중 8,000여개가 2ㆍ3차 벤더에서 나온다. 2ㆍ3차 벤더의 대출금리를 낮춰야 전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인하도 산업의 구조를 감안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고 그래야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예컨대 영세한 3차 벤더의 대출금리(현재 연 11% 수준)는 내년 말까지 3~3.5%포인트 낮춰 연 7.5~8%로 하고 2차 벤더의 대출금리(현재 연 8%수준)는 연 6%로 2%포인트가량 낮추는 식이다.
자금지원 외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컨설팅도 확대하고 있다. 조 행장은 "영세중소기업이 더욱 성장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업구조와 경영ㆍ승계ㆍ세무 등에 대한 종합컨설팅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내년까지 1,000개 기업에 대해 컨설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은행은 회계사ㆍ세무사 등 전문인력 60명이 기업컨설팅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고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419건의 컨설팅을 마쳤다.
조 행장은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99%에 이르고 고용인력도 90%에 육박할 정도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이 크다"면서 "중소기업이 살아야 결국 국가경제도 더욱 튼튼해지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