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응선물 ‘국화베개 무늬’ 논란

청와대가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의 `청주 향응`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국화 베개`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대통령에게 드리는 진상품으로 특별 주문돼 청와대 창고에 보관돼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6일 본보 취재 결과, 국화 베개는 무척이나 소박한 지역 특산물이었다. 말린 국화꽃과 바이오세라믹 알갱이를 섞어 베갯속으로 삼은 국화 베개는, 충북 청원군 낭성면 농민 신완우(49)씨가 개발해 1999년 `국화향 베개`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한 제품. 베개에서 은은한 향기가 배어나와 숙면을 돕고, 눈을 맑게 하며 어지럼증까지 덜어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대도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관광지의 가두 판매대나 특산품 코너에서 개당 3만~6만원 씩에 판매되고 있다. 충청, 강원 일대 영세 농가들이 주로 소량 주문 생산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메밀 껍질 등을 섞은 열등품도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문제의 진상품이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신씨는 “지난 6월26일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인 오원배씨가 `대통령이 쓰실 것`이라며 베갯잇 9개를 가져와 주문했다”며 “국화꽃도 조금 더 넣어 정성을 다해 만들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제품의 개당 소매가가 4만원이지만 베갯잇 가격을 제하고 개당 2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화 베개 문제는 이날 `베개에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 문양이 새겨져 있느냐`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양 전 실장이 오씨로부터 받은 베개 9개에 모두 봉황 문양이 있다는 설, 양 전 실장이 가진 2개를 제외한 7개에 새겨져 있다는 설 등이 나돌자 제작자 신씨는 “대통령 내외가 쓰실 2개에만 봉황무늬가 있었고, 나머지는 평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신씨의 발언을 근거로 기자들이 확인을 요청하자 청와대측은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관저 창고를 열었고, 양 전 실장이 받은 국화 베개 9개는 봉황 문양이 없는, 평범한 민무늬 삼베 베갯잇으로 만든 제품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신씨가 오씨 주문을 받아 봉황 문양을 새긴 베개는 어디 있는지 의문은 남아있다. 한편 국화베개가 관심을 끌자 생산농가에 주문이 폭주, 매출이 평소보다 20배 이상 늘었다. 신씨는 “하루 평균 10개 정도였던 주문이 6일에는 200여 개가 쇄도했고, 인터넷 주문도 30개나 들어왔다”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청주=이준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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