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베노믹스 후폭풍에 대비하자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이끄는 일본 신정부의 경제 정책, 즉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아베노믹스란 무제한 금융 완화, 강력한 경기대책, 규제 개혁의 3대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디플레이션과 엔고에서 탈출해 일본 경제를 성장궤도로 환원시키고자 하는 일본 경제 재생 전략이다. 이는 디플레이션과 장기 경기 침체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 국민의 경기 회복에 대한 열망과 우경화 현상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 이처럼 종합적이고 강력한 경제 대책을 추진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근린궁핍화로 이웃 국가들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준 사례도 있다. 전자로는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총리가 집권했던 1960년부터 실시된 소득배증 정책을 들 수 있다. 강력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수출산업 육성으로 일본의 선진국 진입 기반을 만든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에 후자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주장했던 '대동아공영권' 구상을 들 수 있다. 이 구상의 표면상 목적은 일본 주도의 아시아 각국의 공동 번영을 꾀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불황과 군비 증강으로 궁핍해진 일본 경제를 지탱하고 일본의 제국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이웃 국가들을 수탈한 근린궁핍화 정책에 다름없었다.

아베노믹스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금융 완화와 인위적인 엔저 유도 정책은 한국은 물론 수출주도형 성장을 추구하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도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독일 등 선진국도 비판에 주저하지 않는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본 내부에서도 엔저 효과의 불확실성과 국채 가격 상승, 구조조정의 지연, 대외 마찰 등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가 임기보다 20여일 빨리 사퇴할 방침임을 발표하는 등 일본 정부 및 관련 기관들 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의원내각제하에서 국내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 당장에 엔저 현상이 크게 나타나면서 기업과 국민 사이에서 일본 경제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 대외적으로도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이기 때문에 용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여하튼 다양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음에도 아베노믹스는 추세적인 엔저 현상을 유도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올해 엔ㆍ달러 환율은 기대 수준인 90~95엔대는 못 미치겠지만 연평균 80엔대 후반으로 큰 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약 7% 정도 엔화가 평가절하되는 것이다. 원ㆍ엔 환율도 동일 폭만큼 하락하면 국내 총수출은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될 뿐 아니라 국내 일본인 관광객 수가 감소하고 한국인 일본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관광수지 손실은 물론 국내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아베노믹스에는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 회복 전략이 담겨져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미국ㆍ중국ㆍ유럽연합(EU)과 같은 주요 수출 시장 내에서 정보기술(IT)ㆍ자동차ㆍ철강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의 상대적 경쟁력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아베노믹스의 성패에 관한 논란과 근린궁핍화를 유발한다는 비판 이전에 우선 추세적인 엔저 현상과 일본의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회복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와 기업 경영의 여건 개선과 같은 단기적인 정책과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을 지속 발굴하고 육성하는 등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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