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잡스 애플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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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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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영상 지원 프로그램인 '플래시'를 둘러싸고 애플과 어도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플래시를 금지한 것이 '플래시의 기술적 결함 때문'이라고 공격하자 어도비 CEO도 '애플이 연막을 펴고 있다'며 반격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잡스는 29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어도비 플래시를 채택하지 않은 여섯 가지 이유를 공개했다. 잡스는 "우선 플래시가 액티브X처럼 프로그램을 추가 설치하게 해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플래시는 PC와 마우스에 맞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며 "개방적이지도 않고 모바일과 터치 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보안상 문제도 있고 배터리 수명도 고갈시킨다"며 "모바일 기기에서는 HTML5와 같은 새로운 표준규격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잡스는 지난 1월 어도비의 플래시 지원 요청에 대해 "지저분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완전 결별을 선언했다.
애플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어도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는 잡스의 글이 공개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의 주장은 자사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연막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나라옌은 "애플의 최근 행동은 어도비가 단 한 곳(애플)에만 제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멀티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는 데 대한 우려"라면서 "잡스가 지적한 기술적 문제는 연막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앱스토어에서 어도비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100개를 넘는다"며 "애플의 행동은 기술적 문제와 무관하며 자사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래시를 둘러싼 양사의 갈등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어도비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위한 제품은 출시하면서 애플의 매킨토시에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플랫폼 석권을 노리는 애플과 멀티플랫폼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어도비 간의 필연적 충돌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유가 어떻든 양사는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라며 "소프트웨어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가진 양사의 서로 다른 발전방향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