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ICT 혁신과 고용의 균형점


새 기술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지만 일자리 파괴속도 창출보다 빨라져

뒤처진 노동자는 시장 밖으로 쫓아

ICT활용 끊임없는 재교육 필요… 신산업 창출할 기업가 육성 나서

기술발전 맞춰 적절한 대처 노력을


기술의 진보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당분간은 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술의 발전은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노동자의 임금은 낮아지고 고용은 감소하는 현상 또한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20세기 말의 새로운 기술은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했지만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고용시장 밖으로 쫓아냈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것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다수는 그런 기회를 접하지 못한 채 21세기를 맞았다. 지난 10~20년 동안 국가 전체의 부는 증가했지만 개개인 몫은 줄고 상위 1%로의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진 셈이다.

새로운 기술은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둘 사이의 균형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때는 낡은 일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한 규모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이런 균형은 20세기 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파괴속도는 창출속도를 앞질렀다. 과거에는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증가가 동시에 일어났지만 1997년부터는 일자리가 생산성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생산성이 좋아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모든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에 몰두했고 그런 노력은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세기 말부터는 상황이 바뀌어서 생산성 향상이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IC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경제가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위기가 찾아오고 많은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 분명하다. 반면 적절히 대응한다면, 즉 ICT 기술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

물론 '적절한 대응'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연구소와 기업은 우수한 ICT 기술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기업의 경영진과 정부는 기술과 협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불일치 해소를 위해 기술이 바뀔 때마다 제도를 매번 바꾸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다. 기존의 조직 형태로는 더 이상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통적 조직은 ICT 기술이 아닌 전통적 기술에 맞춰진 20세기의 조직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적절한 대응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이 변혁해야 하는 것처럼 노동자도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낮은 수준의 일자리는 계속 사라질 수밖에 없다. 창의력과 높은 기술이 요구되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재교육은 필수다. 온라인 대중 공개수업(MOOC)과 같이 IC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 방식을 통해 교육의 질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 ICT 기술이 고용 규모를 줄이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업가 육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안타깝지만 새로운 산업을 시도하는 기업가의 대다수는 실패를 피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일은 패자를 승자로 바꾸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이다.

기술과 고용환경이 따로 움직이는 문제가 해결되고 고용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십 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을 줄여나가기 위한 우리의 대처 속도가 기술발전 속도에 뒤져서는 안 된다. 만약 잘못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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