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최전선' "美-中군비경쟁이 21세기 결정할것"

로버트 D. 카플란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테러분자들은 치안상태가 엉망인 으슥하고 후미진 필리핀 섬을 은신처로 삼고 있다. 미국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싸워서 이익을 얻기보다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장차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종군기자이자 주목받고 있는 제 3세계 전문가인 로버트 카플란이 필리핀에 주둔해 있는 미군기지를 둘러보고 쓴 소회다. 미국의 지역사령부 다섯 군데 중 하나인 태평양 사령부의 필리핀 캠프 H.M. 스미스 기지는 갈수록 증대되는 중국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국이 필리핀을 점유한 것은 1898년 5월. 13세기부터 시작된 이슬람의 확산은 남부 필리핀으로 지역을 넓히면서 미국은 이곳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늦출 수가 없게 됐다. 저자는 필리핀 남부를 미국과 이슬람교 간에 벌어진 이른바 ‘문명충돌’의 시작점이라고 적고 있다. 책은 저자가 전세계 분쟁지역 최전방에 배치된 미군 기지를 발로 뛰며 기록한 현장 보고서다. 저자는 향후 전 세계의 모든 미군 기지를 다니며 취재할 예정이다. 이번 책은 연작의 시작이다. 저자는 역사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이 페르시아ㆍ로마ㆍ대영제국 등을 답습하고 있다고 단정짓고, 미국을 ‘제국’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해외 미군 기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두가지. 제국으로써의 미국이 ‘세계의 경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 세계에 배치해 둔 군사력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목적과 미국이 제국을 관리하는 방식을 알아 보려는 의도다. 2002년부터 시작된 저자의 강행군은 예맨ㆍ콜롬비아ㆍ몽골ㆍ필리핀ㆍ아프가니스탄 등으로 이어졌다. 책에는 다섯 지역의 미군기지를 취재한 결과를 담았다. 각 지역에 주둔해 있는 미군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처한 상황과 그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역사ㆍ인문학ㆍ철학 등 폭넓은 지식으로 풀어내며 독자를 분쟁지역 현장으로 안내한다. 이번 취재의 여정은 남아메리카와 아시아 지역 등 광범위하지만 그 중에서도 중동지역에 무게를 두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다음 취재지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중동문제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태평양에서 미-중간 벌이는 군비경쟁이 21세기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중국은 옛 러시아를 능가하는 강력한 미국의 적이 될 것이다. 이는 냉전의 재연을 의미한다.” 중국의 세력확장과 미국의 견제가 21세기 새로운 분쟁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하는 저자는 다음 책에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태평양 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을 예고하고 있다. /장선화기자 indi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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